꽃비원 반짝꾸러미
요리를 하면서 창의성이 발현되는 순간이 있다.
좋은 식재료와의 조우, 해와 비를 맞고 성실히 자라나 안과 밖을 튼실하게 채운 식재료들을 마주하면 경외감이랄까, 이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으리 하는 책임감이랄까 한 게 생겨나는 것이다.
인스타를 보고 우연히 알게 된 논산에 위치한 농장. 젊은 부부가 꾸리고 있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사진 속으로 보이는 싱글싱글한 농작물들이 탐이 나기도 해 전화번호를 보내놓고 기다렸더랬다. 그런 기다림 끝에 받은 초여름의 선물.
맛있는 양파를 자르면 뽀얗고 매운 즙이 가득 난다. 신선한 애호박은 자르자마자 투명한 액체가 그득 흘러나온다. 동글동글 문양을 그리는 비트의 속마음이 애틋하다. 줄기까지 있는 미니당근은 꼭 만화에서 볼 법한 모습인데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식재료라 퍽 반가웠다.
구운 채소는 겉이 견고해지며 속으로 달고 아삭한 즙이 가득 찬다. 하이라이스 소스에는 양파껍질, 마늘껍질, 당근줄기를 넣고 끓였다. 마늘은 쫀득쫀득한 게 꼭 흑마늘 같았다.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에 남편은 밥 세 그릇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