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대 초반과 중반 그 허리쯤의 시간을 살며
가게를 접고 여유 시간이 좀 생겨서
주변인들을 챙기는 중이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
세종에 와서 알게 된 친구, 언니들. 등등.
사람을 많이 만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타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작년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몇 가지 대화에서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그건 어쩌면 변화라기보다
‘고정'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겠다.
대화 속에서 어떤 그 사람의 고정관념을 자주,
더 많이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는 꼭 허물없는 친구와의 대화가 아니어도,
우리 모두 흔들리는 이십 대를 보내와서
그런지 몰라도,
대화에 유연함이 있었고 너의 의견 나의 의견이
적절히 섞이는 기분이 들었다.
잘 섞인 대화는 그 어떤 시간보다
만족감을 주기도 했었던 것 같다.
삼십 대 초반을 넘어 중반 그 허리쯤 가고 있는 중,
요즘 주변인들을 만나면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야기 안에 숨은 어떤 고정된 관념들을 본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절대 흔들리지 않는
하나의 주축이자 기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가끔 당황스럽고, 그 신념에
무엇을 얹을지 몰라 어색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쓰고 보니 어쩌면 나에게도
그런 고정관념이 생긴 걸지도.
어쩔 수 없이 자연스레
굳어가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걸까.
이십 대의 말랑함과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굳어버린 내 모습이 너무 딱딱해
말을 섞기 힘들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