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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필기구 Mar 15. 2021

갑분공산주의?!아니, 자본주의 위기

슬라보예 지젝, 이택광의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을 읽고

슬라보예 지젝

슬라보예 지젝, 알만한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대담한 공산주의자이자, 스타 철학자다.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소통을 하고 철학을 논하고 때로는 대차게 맞서 싸운다. 그런 그의 실천적이며 적극적인 면모는 그의 사상이 비록 한국에서는 금기시되는 그런 것일지라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택광 교수는 지젝과 개인적, 학문적 친분을 가진 학자로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 이 책은 SBS CNBC에서 진행한 특집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했으며, 프로그램에 출연한 두 석학의 인터뷰 전체와 함께 추가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가와 정치의 역할, 국제 질서의 전망과 과제 등이 여러 챕터로 나뉘어 전개된다. 지젝의 생각과 이택광 교수의 정리가 자연스러운 대화로 나열된 책으로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지젝 또한 평소의 글에 비해 조금 쉬운 이야기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 일단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끝을 향할 수 있었다. 





깔끔하게 결론부터 말하면, 코로나 19는 인류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더욱이 자본주의의 붕괴 위기까지 일으킨 상태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뉴노멀’ 말 그대로 원상복구 될 수 없다. 자본주의가 물러난 빈자리는 공산주의가 채울 것이라고 말한다. 이 공산주의는 과거 소련, 중국, 북한과 같은 모습이 아니며, 마르크스가 말한 국가의 소멸 단계가 아니다. 큰 국가를 지향하고 국가는 사회 구성원을 위해 공공재를 책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토대로 지역, 국가, 세계의 협력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지젝은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를 받아들인 자세를 언급한다. 선진국으로 여겨지던 미국, 유럽은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받았다. 코로나 19 초기에 한국의 국가•사회적 대응에 대해 유럽 국가들은 시민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젝은 이러한 비판을 향해 가짜 자유주의이자, 포퓰리즘이라고 일갈한다. 한국과 중국의 차이를 언급하며, 한국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공공의 안녕을 위한 국가와 시민 모두의 양보와 희생을 높이 평가했다. 


Business 사진은 lifeforstock - kr.freepik.com가 제작함
“한국은 20세기에 겪은 역사적 경험들을 통해서 어떻게 보면 더 현명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위험을 안고 사는 것에 대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의연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젝은 이 책에서 자본주의, 정확하게 말하면 신자유주의의 붕괴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작은 국가, 개인과 시장의 자유 존중이 최우선 가치인 시대는 주변의 이웃, 사회를 소홀하게 만들었고 공동체의 가치, 공공의 장점을 무시했다. 코로나 19는 이웃을 외면한 시대가 자초한 위기라는 것이다. 코로나 위기와 같은 공통의 문제는 각자도생, 국가 대 국가의 경쟁 구도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공통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전 지구적인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공재를 지킬 수 있는 공산주의, ‘재난 공산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항상 위기를 극복해왔다. 그리고 그 극복의 모태는 공동의 노력, 전 국가적 합의와 협력으로 가능했다는 역사가 있다.


이외에도 국가와 시민이 상호 감시하며 성장하는 ‘감시의 이중성’. 큰 국가가 존재하기 위해선 시민이 국가를 먼저 신뢰할 때 가능하다는 지적. 그린 뉴딜은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국가의 장기적인 투자로만 이뤄낼 수 있는 성과를 추구할 때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한 생각과 사례가 즐비한 책이다. 짧지만 알차며, 강렬하면서도 느슨하게 읽을 수 있었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게 될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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