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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필기구 Jun 14. 2021

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

벼락거지의빚투는 시대에 물리다


Photo by Adrian Swancar on Unsplash


'벼락거지'가 될 수 없어 '빚투'를 했고 투자 열풍에 뛰어든 이들은 주식과 암호화폐의 고점에 '물렸'다. 코로나19로 비대해진 자산 유동성은 투자처를 좇아 부동산, 주식을 거쳐 암호화폐로 흘렀다. 넘치는 유동성은 시민을 덮쳤다. 벼락거지가 되지 않으려다 진짜 거지가 됐다는 이들은 희망 없는 시대에 더욱 비참해졌다.


코로나19는 벼락거지를 만들었다. 정부는 전염병으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풀었다. 금리는 제로에 가까워졌고, 정부는 채권을 사들이고 국채를 발행했다. 시장에 현금을 풀기도 했다. 떨어진 금리는 투자의 기회가 됐다. 투자처를 찾던 투자자는 규제와 감시가 심한 부동산을 피해 주식•금융으로 눈길을 돌렸다. 투자가 늘어나자, "A가 얼마를 주식으로 벌었다" 같은 이야기가 퍼졌다. 남들 다 벌 때 나만 가만히 있는 것이 손해가 됐다. 벼락부자가 아니라, 벼락거지가 된 것이다.


부자는 못 될지라도, 거지는 될 수 없다는 심정에 빚을 지고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금리는 낮아지고 코로나19 이전부터 오를 생각이 없던 노동 가치는 경제 침체로 더 떨어졌다. K자형 양극화는 상승하는 자산가치와 하락하는 노동 가치에서도 발생했다. 임금노동으로는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졌다. 빚을 져서라도 투자를 하는 것이 생존이라고 외쳤다. 그러는 동안 가계 부채는 1700조를 기록했다. 빚을 진만큼 투자 수익은 났을까. 올해 들어 주식시장은 주춤하고 있다. 상위 10개 종목의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2%대를 기록했다. 암호화폐 시장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빚투는 빚만 남겼다.


급히 쫓아 들어간 많은 투자자는 '물렸'다. 코스피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자 개미들은 일명 대장주에 물렸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많은 이들이 고점에 물렸다. 주가는 코로나19 극복의 희망과 낮아진 변동성으로 인해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고수익자가 속출했다는 암호화폐는 중앙은행의 견제와 경제 회복 신호로 인해 하락세에 있다. 빚투를 한 이들은 상환을 해야 해서, 이자라도 갚아야 해서 매도를 했다. 단타성 투자를 한 이들의 연간 수익률은 -18.4%를 기록하는 등 부진의 늪에 빠졌다. 벼락거지가 되지 않으려던 사람들은 '찐' 거지가 됐다.


암호화폐 투자로 꽤 돈을 번 지인이 있다. 그는 수익을 실현하자마자 집 문제부터 해결했다. '벼락거지'도, '빚투러'도 불안정한 미래에 안정성을 찾기 위해 투자한다. 삶의 안정성은 주거와 같은 기본적인 불안이 해소될 때 확보될 것이다. 돈을 왜 벌려고 하는가. 유행이라서? 욕심이 많아서? 요행을 바라서? 아니다. 그저 조금이라도 덜 걱정하면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전셋집을 구한 지인이 뱉은 안도의 한숨은 '그'만의 한숨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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