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오늘도 50대 부장은 MZ세대 타령이다. 그냥 나이대가 걸쳤을 뿐인데 뭉뚱그려서 MZ세대라고 한다. 상사들은 우릴 보고 MZ세대는 달라 90년대생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산다.
"요즘 젊은 사원들은 참 똑 부러져, 괜히 MZ가 아니야. 나 때는 뭣도 모르고 네네 했는데, 똑똑하게 자기 의사 표명하고 아주 좋아." 부장은 지겹지도 않은지 무슨 말이나 일만 하면 나때는과 OO세대론을 꺼낸다. 비아냥도 아니고, 놀리려는 것도 아니고 습관처럼 MZ세대에 대해 말하는 걸 보니 진심인 듯하다. 회사에서 세대 평등 교육이니 리더십 교육도 했다던데 거기서 보고 온건 말투 교정밖에 없었나 보다.
동기인 B는 넉살이 어찌나 좋은지 부장의 이야기에 능구렁이처럼 응대한다. "MZ라 그런가요. 사무실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 거죠. 부장님이 또 편하게 대해주시잖아요." 아부와 칭찬의 선을 자유자재로 넘나 든다. B가 나와 비슷한 또래가 맞나 싶다. "B씨는 말을 참 맛있게 잘해. 요즘 세대 같지 않아. 가시가 없잖아. MZ는 우리보다 훨씬 똑똑한데, 가끔 가시가 보여서 아슬아슬해" 하하호호 웃는 둘의 티키타카에 사무실엔 어색한 웃음이 BGM으로 깔린다.
"A씨~" 부장의 호출에 달려가 보니, MZ 분석 마케팅 기획서가 부장 손에 들려있다.
"A씨, 할 수 있지? MZ세대잖아. 난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더라고"
"아, 네..."
"응? 왜? 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 어렵지 않잖아. 자신이 없어 보이네?!"
"아닙니다, 그냥 세대가 같다는 것도 잘 모르겠고,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다 안다고 하기도 뭐해서요."
"일단, 해봐. 뭘 모를까 봐 그래. 우리 세대는 다 비슷했어. 너희도 그렇겠지"
퇴근길, 버스와 지하철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지탱할 곳이라곤 손잡이뿐이다. '삐빅' 미성년의 카드 소리는 '삑'인 일반 카드 소리와 다르다. 고등학생인가, 한눈에도 무거워 보이는 빵빵한 책가방을 들고 탄다. 시선은 버스 안쪽을 보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간다.
"아야", "으으", "아이고" 두꺼운 책이 가득한 가방이 비좁은 버스 안 사람들 등, 허리, 어깨를 쿡쿡 질러대며 지나간다. "죄송합니다..."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충 사과를 하며 지나가는 학생을 사람들은 째려보다만다. 한숨을 쉬는 이도 있다. "읔" 나도 등이 '쿡'하고 찔렸다. 나도 이내 눈을 흘겼다. '요즘 애들은 사과도 제대로 안 하네... 나 때는 이렇게 비좁으면 가방을 손으로 들고 탔는데... 앗!' 생각이 스쳤다. 회사에 놓고 온 보고서가 생각났다. 부장이 생각났다. MZ, 90년대생, 지나고 나면 우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