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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짧지식 Mar 26. 2023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건가요?

<정의는 무엇인가>로 알아보는 도덕적 딜레마

1. 당신은 기차 기관사다. 그리고 지금 시속 100km로 기차를 운전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 저 앞에 인부 다섯 명이 작업 도구를 들고 철로에 서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인부를 발견하고 황급히 기차를 멈추고자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그제야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 이 속도로 들이받는다면 다섯 명의 인부들은 모두 죽고 말 것이다. 이때 오른쪽에 있는 비상 철로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도 인부가 있지만 한 명밖에 없다. 기차를 비상 철로로 돌리면 인부 한 명이 죽는 대신 다섯 명이 살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3. 아마 대부분은 방향을 돌려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선택을 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죄 없는 사람 하나가 죽겠지만, 다섯 명이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한 사람을 희생시켜 다섯 명의 목숨을 구하는 행위는 정당해 보인다.


4. 그럼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아까와 같은 상황에서 당신은 기관사가 아니라 철로를 바라보며 다리 위에 서있는 구경꾼이 되었다. 저 아래 철로로 기차가 들어오고 있고 철로 끝에 다섯 명의 인부들이 있다. 이번에도 똑같이 브레이크는 말을 듣지 않았고, 기차가 인부 다섯 명을 들이받기 직전이다.


5.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 문득 당신 옆에 있는 거구의 남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당신은 그 사람을 밀어서 기차가 들어오는 철로로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면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남자는 죽겠지만, 인부 다섯 명은 목숨을 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 거구의 남자를 철로로 미는 행위는 과연 옳은 행동일까?


6. 이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구의 남자를 철로로 미는 행위가 옳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누군가를 다리 아래로 밀어 죽게 하는 행위는 비록 죄 없는 다섯 명의 목숨을 구한다 해도 굉장히 끔찍해 보인다.


7. 여기서 도덕적 딜레마가 발생한다. 한 사람을 희생해 다섯 사람을 구한다는 명제는 첫 번째나 두 번째나 결과만 놓고 보면 같다. 그런데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옳은 것 같던 원칙이 왜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느껴졌을까?


8. 이런 도덕적 딜레마는 서로 다른 도덕 원칙이 충돌하며 발생한다. 기차의 예시에서 하나의 원칙은 '가능하면 많은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원칙이고, 다른 원칙은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원칙이다. 많은 생명을 구하자니 죄 없는 사람 한 명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도덕적 딜레마를 마주한다.


9. 사실 이런 도덕적 딜레마는 우리 삶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낙태를 옹호하고, 반대로 어떤 사람은 낙태를 살인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부자에게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들 도와야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어떤 사람은 노력으로 번 돈을 세금으로 빼앗는 행위는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10. 여기서의 교훈은 세상에는 절대적인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선'이라고 생각하는 무언가가 남에게는 '악'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내가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남에게는 '선'이 될 수도 있다.


11. 세상에 절대적인 '선'과 '악'이 있다는 기준을 버리고 세상을 바라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나와 다른 의견이 옳다고 생각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그 사람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해 볼 수 있다.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자신만의 '기준'이 생기게 될 것이고, 이 기준은 어떠한 상황에도 나를 단단하게 잡아줄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은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알려주는 정치사상사를 다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정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립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도록 만들어, 자신이 무엇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도록 하는 데 있다." -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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