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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Sep 04. 2023

[회사생활백서 #36] 일 잘하면 일이 많아지는 놀라움

여기 A와 B가 있다. 둘 다 팀장이다. 한명은 해외영업팀장, 한명은 국내영업팀장. 모르긴 몰라도 팀장이니 월급도 크게 차이나진 않을 것이다. 근데, 일은 A에게 몰린다. 상대적으로 B는 한가해 보인다. 왜 그럴까. 


모든 국가에 통용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일의 보수는 일]이란 말이 있다. 즉, 일을 잘하면, 그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린다는 것이다. 이 평범한 말의 뜻을 내가 팀장이 되니 알겠다. 실제로 나도 일을 잘하는 친구들에게 더 일을 시킨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어떤 프로젝트에 대해 시장조사를 해야 하는데, 각 파트별로 어떤 부분에 어떤 내용을 확인할지를 도표로 만들었다. 찬찬히 보는데, 신기하게도 그 B팀장은 담당자에서 빠져있는거다. 해서, 물어봤다. '왜 B는 아무것도 담당을 안하지? 다른일하나?' 했더니, 상사 왈 '쟤는 뭐 시켜봐야 잘 못하는데, 괜히 시켜서 시간만 잡아먹을바에는 처음부터 안시키는게 낫지'라고 한다. 


참, 관대하다 싶었다. 어쩜 저렇게 안되는 사람들에게 기대를 쉽게 포기할 수 있는가. 그럼, A는 어떤가. '그건 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라고 한마디 할라치면, '그래? 그럼 이렇게 확인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계속 독촉한다. 좀 피해갈라치면, 어딜 피하느냐고 뒷목을 잡아채는 것처럼, 상사는 집요하게 A를 놓치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B한테 좀 해보지, 자기도 귀찮으니깐, 자꾸 나한테 일을 맡기는거 아니냐고.......



그럼, A에게 좀 더 잘 챙겨주던지 한다면 좋을텐데, 또 그건 아니다. 겨우 한다는게, B보다 1년일찍 진급시키는 정도가 전부다. B도 조금있으면 적당한 실적으로 진급하지 않을까?. 그럼, A는 상대적 박탈감이 들텐데, 이건 회사에서 어떻게 보상한다는 것인가. 


어떤 사람들에게 SNL의 MZ오피스는 웃음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그 내용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 요즘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팀장인 나도, '이럴땐 뭘 어떻게 해야하지??'라고 오락가락 한다. 


'박과장. 지난달에 우리 판매실적정리한거, 그거 엑셀로 정리됬어?' 매달 첫주까지는 정리해서 보고하는 루틴임

'팀장님. 아직 안했는데요.'

'그럼, 언제까지 할꺼지? 

'해야하는데, 제가 다른일이 많아서, 언제 끝날지...좀 모르겠습니다.' ..그럼 누가해야하지??


'김과장. 우리 업체에 국내 창고로 물건 넣는거 있잖아. 근데, 그 창고 capa가 어떻게 되지?'

라고, 해당 업체에 6년째 담당하는 과장에게 물어봄.

'그건, 잘 모르는데요?'

'..알아볼 수 있나?'

'한번 해보겠습니다....' 하고 일주일 지났는데 말이 없음. 내가 어려운 일을 시키나?? 


.................

'저기. 미안한데, 한과장, 이것 좀 해줄 수 있어?' 결국 한과장에게 옴..

'아...저도 좀 그런데...'

'한과장...부탁 좀 할께. '  너 밖에 없다..도와줘...

'네.'


박과장과 김과장은 머리가 좋은건가? 원래 저렇게 해야하는건가? 싶기도 하다. 무식하게 일만하는 그런 종족들이 오히려 문제가 아닐까 한다. 나도 이게 처음에는 당나라 회사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다들 그런다고 해서, 나도 그래야 하나 싶기도 하다. 


'전무님. 그건 제가 모르겠는데요..'

'대표님. 지난달 판매실적정리는 아직 안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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