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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열혈한의사 방호열

사람의 인생은 어쩌면 연극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KBS1 TV 인간극장은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다루는 휴먼다큐멘터리이다. 어느 시청자는 인간극장에 대해 ‘사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6월 10일부터 27일까지 인간극장 촬영이 거제시 전역에서 이루어 졌다. 연극의 주인공은 나였다. 둘째 아이의 국세청 어린이기자 미션 때문에 유튜브 영상제작을 같이 한 적은 있지만, 공중파 프로그램 촬영은 처음이라 시작 전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1대의 카메라로 촬영되어 매우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주로 2인칭 혹은 3인칭 시점에서 카메라가 나를 관찰하지만, 간혹 나의 시선과  독백으로 1인칭으로 전환되기도 하였다. 

표정은 굳어 있고, 말은 꼬이고, 시선 둘 곳도 찾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다. 아침에 일어나서 뭔가 하고 있으면, 어찌 아셨는지 카메라가 옆에 와 있었고, 자기전까지 동행은 계속 되었다. 

     

나의 일상은 매우 바쁘다. 매일 개, 닭, 오리의 모이를 챙겨고, 여름에는 텃밭과 집주변에 무성해진 풀들을 제초하고 잔디를 관리한다. 포도, 오디, 키위, 감, 딸기 등 과일나무들도 가지치기를 해주며 때마다 관리해 줘야 한다. 아침밥을 준비 할 때도 있으며, 간혹 설걷이와 빨래도 해야 한다. 

출근을 하면 오전과 오후 외래 진료를 봐야 하며, 일주일에 약 15회~18회의 방문진료를 아침 점심 저녁시간에 나누어 가야 한다. 방문진료 소요시간은 주로 30분 정도이다. 하지만 차량왕복거리가 2시간 넘는 곳도 있으며, 평균 42분 정도로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 많아 운전시간이 길다. 그리고 방문진료와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외래 진료와 달리 온라인을 통해 입력해야 할 서류가 많아 야근을 자주하게 된다. 

퇴근이 늦은 날이 많으며, 또 퇴근후에는 애들 하원을 위해 차를 운전하거나, 막내와 시간을 보내곤 한다. 주말처럼 쉬는 날에는 주로 몸으로 하는 일을 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촬영이 끝나고 편집을 하고 계시는 피디님과 통화할 기회가 있었다. 

‘영상 잘 나왔나요?’라고 여쭈어 보았다. 

‘바빠요!’

‘네?’

‘영상을 보니 원장님은 바빠요! 아침에도 바쁘고, 점심때도 바쁘고, 저녁에도 바빠요! 하루종일 바빠요!’     

행복(幸福)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행복이란 말을 한자로 풀어보면 ‘우연히 행운으로 오는 복’으로 풀어 볼 수 있으며, ‘Happy’의 어원도 Lucky(행운)의 의미를 가진 'Hap'에서 시작 된다. 

‘행복’이란 어쩌면 행복을 찾아 노력하는 것보다 그저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한 인간으로써 성실하게 살다보면, 우연이 행운처럼 들어오는 복이 행복이 아닌가 싶다.  

    누구에게나 불행한 시기가 있고, 그 불행의 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나를 돌아보며 버티다보면, 어느 순간 숨도 쉴 수 있고, 또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오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인간극장’ 촬영을 하면서, 나의 45년 인생의 모든 순간들을 다시 한번 머리에 되새겨 볼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 난 인생에서 반환점을 돌았다. 

앞의 전반기 인생이 인생‘관’을 세우는 것이 목표 였다면, 이제는 건전하고 건강한 인생을 살면서 ‘관’에 늦게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무대 위에서 또 한번 열심히 움직여야겠다.   

  


2023년 7월 18일

거제시 재택의료센터 동방신통부부한의원

열혈한의사 방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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