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제가 식사준비도 다하고, 청소도 다 할 테니까, 우리 집에 오시면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우리 엄마 옆에만 있어 주세요!’ 

    

박여사의 아드님이 요양보호사 선생님께 한 말이란다. 이 말이 방문간호사 선생님을 통해, 결국 내 귀에도 들어 왔다.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박여사는 29년 생으로 5년전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종양으로 인해 왼쪽 편마비가 있으며, 노인장기요양1등급으로 와상상태로 돌아눕기가 불가능 하다. 중증 치매로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있어, 의사소통 또한 제대로 되지 않는다. 진통제로도 조절 되지 않는 지속적이며 강도 높은 두통에 항상 시달리고 있어, 끙끙 앓는 소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식은 기면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고열과 오한, 구토 증상이 있을때에는 혼미해지거나 반혼수로 나빠질 때가 있다. 

다행히 음식은 드실 수 있으며, 식사량도 어느정도 된다. 단지, 국수를 좋아 하셔서 세끼를 비빔국수만 드신다.      


가족 중에 돌봄이 가능한 분은 아드님 한분이다. 

아드님의 돌봄은 극진하다. 

매일 아침 7시 30분이 되면 어머니의 몸을 씻기고, 매시간 체온을 체크하고, 하루 2번 혈압을 잰다. 미열이 있으면 젖은 수건으로 피부 마사지를 하여, 고열로 진행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한다. 요양보호사님과 협력하고 식사를 준비 하고, 식사량을 체크 한다. 

아드님은 요양보호사님이 오셨을 때와, 야간에 취침시간 중 간간히 휴식을 취하게 된다. 자녀들이 몇 명되기는 하지만, 형님은 조선소 사고로 와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에 있으며, 다른 가족들도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수입은 없지만, 서류상 다른 가족들의 수입 때문에, 기초수급자로 지정 되지 못해, 경제적으로도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거제시 재택의료센터의 대상자의 돌봄은 주로 가족에 의해 이루어 지고 있으며, 아들과 딸등 직계 자녀가 대부분이다.

배우자가 동거 하는 경우 노노케어(老老Care,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형태)나 인인케어(認認Care. 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이 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을 돌보는 형태, 대표적으로 치매부부가 서로를 돌봄)의 형태로 돌봄이 진행 된다. 

1명의 가족을 재택에서 돌보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암말기 환자 이면서 장기요양등급 1등급인 박여사의 경우도 하루 종일 돌봄이 필요하며, 요양보호사가 주 5일 하루 3시간, 방문간호사가 주 1회 30분, 한의사가 월 1회 30분 방문 한다.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아드님의 몫이 된다. 

하루종일 환자를 봐야 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보호자는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음을 의미 한다. 수입이 없으니 경제적으로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돌봄이 진행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박여사의 아드님도 5년 동안은 그전에 모아두었던 것을 조금씩 쓰면서 진행 하였다고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힘들어진 상황이 되어 버렸다. 

비단 박여사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독거, 노인빈곤, 노노케어, 인인케어 등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주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안(2023년~2027년)이 발표 되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노인(65세이상) 및 후반기노인(75세이상)의 증가폭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장기요양서비스 대상자도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정책의 기본방향은 살던 곳 즉 집에서 충분을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제도들을 보완 하는 것으로 설정 되었다.                        

또한 2026년부터  지자체 중심의 통합돌봄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재가에 계신 분들에 대한 돌봄에서 공공의 역할이 커지고, 관리 또한 통합적으로 여러기관이 유기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는 돌봄에서는 너의 엄마 나의 엄마가 아닌 ‘우리 엄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돌봄에 참여 하게 될 것이다. 재택의료센터 또한 의료 지원에서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앞으로 팀원들과 협력하여, 원활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 하여야겠다.
     


2023년 08월 19일 


거제시 재택의료센터 

동방신통부부한의원 방호열

작가의 이전글 인간극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