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철에는 꽤 많은 시청역이 존재한다. 그래서 지역명에 '시청'을 붙여서 구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인천시청 앞에 자리하고 있는 인천 지하철 1, 2호선 인천시청역과 7호선 부천시청역, 수인분당선 수원시청역, 서해선 시흥시청역, 그리고 5호선 하남시청역까지.
그런데 '시청역'으로 당당하게 역명을 붙인 유일한 역이 있다. 바로 서울시청 앞에 있는 서울 지하철 1, 2호선 시청역이다. 수도권 전철의 다른 노선과 달리 유독 서울 지하철만 1호선, 2호선이라고 칭한다. 인천 지하철 노선도에서도 1호선은 서울에서 다니고 있는 1호선을 뜻하고, 인천에서 운행 중인 1호선은 인천 1호선이라고 구분해서 표기하고 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시청역 역시 서울시청역이 아니라 시청역이라고 해도 누구나 서울시청 앞에 자리하고 있는 시청역이라고 알고 있는 것 같다. 수도권이 아닌 부산 등 지방 지하철역에는 시청역이라는 역명이 있다. 하지만 서울처럼 환승역은 아니다. 심지어 대구나 광주에는 시청 앞으로 지하철이 지나가지도 않기 때문에 시청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에 있는 '시청역'은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으로, 신설동역 등과 함께 '지하철 환승역'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역사도 오래됐고, 40여 년의 세월을 이겨낸 환승통로 역시 수차례 보수공사가 이루어진 끝에 지금의 시청역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 1호선 승강장 위치(행선지)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환승통로.
◆ 2→1호선 환승, 목적지따라 시간은 최대 2배↑
시청역의 환승통로는 두 곳이다. 상·하행으로 각각 분리된 상대식 승강장을 사용하는 1호선의 영향이 크다. 2호선 시청역의 경우 상·하행 열차가 같은 승강장을 사용하는 섬식 승강장이어서 1→2호선 환승 시, 목적지와 상관없이 모든 환승통로를 이용할 수 있다.
▲ 새로 개통한 환승통로. 양방향 모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다.
이 두 노선은 한쪽 방향만 있는 서울역과 달리 남북 방향의 1호선 승강장은 남북방향으로, 2호선 승강장은 동서방향으로 놓여 있고 노선별 진행 방향이 서로 다르다. 1호선 시청역의 서울역 방면과 2호선 시청역 을지로입구역 방면에서 만나는 구조다. 두 노선의 승강장도 서로 겹치지 않고 떨어져 있다.
그런 이유로 환승통로는 승강장 한쪽 끝에 치우쳐 있게 되었다. 1호선은 서울역 방면 승강장 끝에서, 2호선은 을지로입구역 방면 승강장 끝에서 환승통로로 연결된다. 상대식 승강장인 1호선은 특별히 병목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2호선의 경우 을지로입구역 방면으로는 승강장 폭이 급격하게 좁아져 상·하행 열차가 동시에 진입하면 어김없이 병목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그나마 2호선은 승강장 중간에도 추가로 환승통로가 만들어져 있어서 승객을 분산시킨다. 1호선 환승통로는 이동방면에 따라 환승거리가 달라지는데, 이는 환승통로 구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종각역 방면 승강장은 2호선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경사로만 이어지는 짧은 환승통로로, 기자의 걸음 속도로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편의 서울역 방면의 승강장은 1호선 선로를 횡단하기 위해 한번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는 환승통로 구조인지라 시간도 두 배가 더 걸렸다.
▲ 노후화 된 에스컬레이터를 해체하고 계단으로 바꿔놓은 기존 환승통로.
◆ 1호선 서울역방면 승강장서 2호선 환승 '교통약자에겐 불편'
시간이 두 배로 걸리는 환승통로는 한 곳이 아니라 사실 두 곳이 존재한다. 원래는 한 곳만 있었지만 에스컬레이터의 노후화로 새로운 공간에 환승통로를 하나 더 만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존 환승통로도 완전히 폐쇄한 것이 아니어서 실질적으로 환승통로가 두 곳이 되었다. 물론 새로운 환승통로에 익숙해져 있는 승객들은 이전에 사용했던 환승통로의 존재를 모를 수 있다.
올라가는 곳만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던 이전 환승통로와 달리 새로운 환승통로는 양방향으로 모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대신 계단은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 환승통로에 따로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노약자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은 에스컬레이터만 설치돼 있는 1호선 서울역 방면의 승강장 환승통로를 이용하기 힘들다.
만약 1호선 시청역의 서울역 방면 승강장에서 2호선을 환승해야 하는 교통약자 승객이라면, 차라리 시청역에서 내리지 말고 다음역인 서울역까지 이동해 시청역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추천한다. 섬식 승강장인 1호선 서울역 맞은편 열차에 바로 승차할 수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또한 1호선 시청역의 종각역 방면 승강장은 앞서 언급한대로 환승통로에 계단이 없고, 환승시간도 짧다.
교통약자 입장에서는 1호선 시청역의 서울역 방면 승강장에서 2호선으로 이동하는 시간보다 서울역을 경유해서 1호선 시청역의 종각역 방면 승강장을 이용하는 것이 2호선으로 환승하기 편하고 시간도 단축될 것이다. 1호선의 열차간격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승강장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다.
▲ 에스컬레이터 철거 작업을 하기 전 환승통로로 사용 중이던 기존 환승통로(2018년 촬영).
현재 2호선 시청역도 1호선 시청역에서 진행했던 내진공사와 역 승강장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그래서 1호선 시청역보다도 어수선하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남다른 상징성을 지닌 시청역이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 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승객을 맞이하길 기대해 본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1년 3월 3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