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가능노선 - 2호선, 수인분당선
조선시대 왕릉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있다. 아무리 잘 관리가 되어있는 왕릉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많이 사는 주거지나 상권이 밀집된 교통 요지에는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정서 상 묘지와 생활공간은 멀리 떨어뜨려온 관습 아닌 관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유동인구가 밀집된 곳을 운행하는 지하철은 왕릉과 거리가 멀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조선 9대 성종의 능인 선릉은 지하철역에서 가장 가까운 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교통 요지에 자리하고 있다.
나아가 선릉 앞에 자리한 선릉역은 왕릉명이 들어간 역 중에서는 우리나라 지하철 최초의 환승역이기도 하다. 선릉 인근에는 조선 11대 중종의 능인 정릉(성북구에 있는 정릉은 조선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의 묘소로, 서로 다른 묘소다)도 있어서 선릉역 다음에는 선정릉역도 위치하고 있다.
물론 선정릉역도 환승역으로, 중요한 환승 거점이다.
선릉역은 원래 2호선 단독 역으로 개통했다가 당시 분당선이 수서역에서 선릉역까지 연장하면서 환승역 지위를 얻게 되었다. 추후 분당선은 왕십리역까지 연장하면서 선릉역은 이제 중간 환승역이 되어 더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역이 되었다.
분당선은 현재 수인선과 직결운행을 통해 수인분당선이라는 이름으로 운행 중이다. 하지만 2호선 선릉역에서는 여전히 분당선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 에스컬레이터 하나면 충분했던 환승통로
선릉역은 환승거리가 짧은 역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승강장과 승강장이 거의 붙어있다. 하차 위치만 잘 맞으면 소위 1분 컷도 가능할 정도로 아주 가까이 있다. 특히 열차 간격이 짧은 2호선의 경우 수인분당선 열차에서 내려서 2호선 열차에 오르기까지 실제로 1분 남짓 소요된 적도 있다.
두 노선 모두 행선지에 따라 승강장 위치가 다른 상대식 승강장 형태여서 환승 시 행선지 확인이 중요하다. 특히 수인분당선의 경우 2호선 행선지에 따라 환승통로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2호선에서 수인분당선 환승 때보다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환승통로 역시 꽤 넉넉한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서 병목현상도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특히 2호선의 경우 승강장만큼 넓은 폭의 환승통로가 펼쳐져서 출퇴근 시간이 아니면 공간이 아주 넉넉하다.
단, 수인분당선의 경우 환승통로가 승강장에 바로 붙어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병목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같은 열차에서 내렸더라도 2호선 행선지 방향이 다르면 승객 동선이 교차하게 되어 지체되는 영향 때문이다.
도로의 합류 부분에서는 주머니 차선을 길게 늘어뜨려서 교통 흐름이 방해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처럼 환승통로 부분만 약간이라도 넓혔다면 어땠을까 싶다.
◆ 다른 의미에서 ‘2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선릉역
2호선은 역 번호를 200번대로 사용 중이다. 그에 맞춰 2호선 선릉역의 역 번호도 200번대인 220번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수인분당선 선릉역의 역 번호를 잘 보면 여기도 200번대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 2호선 선릉역은 숫자 3자리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수인분당선 선릉역은 숫자 3자리 앞에 코레일을 의미하는 ‘K’가 더 붙어있다. 이는 마치 1호선 지선 구간을 구분하기 위해 붙인 ‘P’와 동일한 형태다. 수인분당선 선릉역의 역 번호는 K215로 두 노선의 역 번호는 크게 차이가 없다.
2호선의 시작이 시청역이 아니라 을지로 쪽으로 더 다가왔거나, 수인분당선의 시작을 왕십리역이 아니라 더 북쪽으로 연장했다면 두 노선의 역 번호가 같을 수도 있었다.
수도권에는 코레일 소속의 노선도 꽤 있기 때문에 다른 의미에서 같은 노선 번호를 부여받은 다른 노선 간 환승이 있는 역을 만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용산역(1호선 135, 경의중앙선 K110)과 대곡역(3호선 314, 경의중앙선 K332)이 있다.
경의중앙선의 경우 경의선(K300번대 사용)과 중앙선(K100번대 사용)의 역 번호가 용산역을 기준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수인분당선은 모두 K200번대를 사용하기 때문에 뒷 번호를 받은 수인선의 역 번호가 상당히 커졌다.
이렇게 커진 번호는 2호선 선릉역 승강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천역의 경우 무려 272번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청량리역 연장으로 예비 번호인 209번도 사용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수인분당선도 경의중앙선처럼 역 번호를 분리해서 수인선이 K400번대를 사용했다면 4호선과 공용구간은 모두 역 번호가 400번대를 사용하는 진귀한 장면을 볼 법도 했다. 현재 K400번대는 그 이후에 생긴 경강선이 부여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