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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ALE Dec 28. 2021

영화적 만화 연출의 대가, 우라사와 나오키

창작자 사전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만화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만화방에서 수많은 모험의 세계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보며 상상력을 키워왔고, 지금까지도 종이만화책을 종종 읽곤 합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특히 일본 만화책들 중 명작 반열에 오른 작품들을 많이 읽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들입니다.

 

그의 만화를 처음접했을때 저에겐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만화책을 읽으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거 같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고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에 이입됐습니다.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것이 아쉬워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는 마음속에 깊은 여운이 남았습니다. 

물론 만화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만화는 소설, 영화와 같은 컨텐츠에 비해 가볍다고 생각했고 읽을 때도 가벼운 마음으로 읽곤 했었는데 그러한 생각을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들이 바꿔주었습니다. 


그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입체적입니다. 물론 이야기의 구조상 선역과 악역은 구분이 되지만 아무리 악역의 캐릭터라고 해도 왜 그러한 사람이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을 잘 쌓아갑니다. 인과관계에 의해서 캐릭터를 구축해가고 독자로서 나는 그 캐릭터에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게 되는거죠.  


특히 어느 작품이나 그렇듯 주인공 캐릭터는 작가의 일부를 대변하는 페르소나일것입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들의 주인공들의 공통된 특징은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위기가 찾아오고 사건이 터지지만 결국은 믿음, 사랑, 희생과 같은 가치들을 통해 이겨낼 수 있다는 보편적 인류애를 그의 작품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그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어린시절과 데즈카 오사무의 영향 

우라사와 나오키 ( 浦沢直樹 ) 는 1960년 일본 도쿄도 후추시에서 태어나 조부모의 손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유년기에 그는 전설적인 일본의 만화가인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아톰과 정글 대제를 읽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경험들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세계 전반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데즈카 오사무의 대표작인 철완아톰을 리메이크하기 위해 그의 아들을 직접 찾아가 허락을 받았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렇게 나온 작품이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연재한 플루토(PLUTO)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대상을 수상 받기도 했으니 어렸을 적 우상을 보며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는 대단한 업적을 쌓았다고 할 수 있겠죠.. 


우라사와 나오키의 , 철완아톰의 1부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그 이후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학급신문에 4컷 만화를 연재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왕따를 당할 뻔했다고 하는데 만화를 그린 덕분에 더 이상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밥 딜런을 사랑한 사춘기 시절 

우라사와 나오키에겐 음악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중학교 입학 후 음악부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우라사와 나오키의 음악과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는 기타 연주와 라이브 공연을 하는 등 음악활동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인 <20세기 소년>의 삽입곡인 '밥 레논'이라는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밥 레논이라는 이름은 밥 딜런과 존 레논을 합친 하나의 오마쥬입니다. 특히 그는 밥 딜런을 데즈카 오사무와 더불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언급할 만큼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20세기 소년>의 주인공 엔도켄지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 속 여러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등장인물 중 특히나 엔도 켄지라는 캐릭터는 음악을 사랑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사랑하는 따듯한 마음을 가진 작가와 가장 닮은, 혹은 닮고 싶은 그의 분신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영화 같은 연출력을 보여주는 만화가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연재한 


가장 좋아하는 그의 작품입니다. 만화책을 처음으로 전권 구매하여 소장한 작품일 만큼 여러 번 읽기도 하였습니다. 스릴러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스펜션(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것인데, 이 작품은 마치 잘 만든 스릴러 영화를 한편 보는 것처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종이 위에 인쇄된 만화임에도 각각의 컷을 마치 카메라 앵글처럼 활용하며 역동적인 느낌을 줍니다. 


몬스터에는 크게 3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합니다.

누명을 쓰고 도망가는 의사(텐마), 그를 뒤쫓는 냉철한 형사(룽게), 악마성과 천재성을 가진 사이코패스(요한) 


주인공 텐마


그리고 인물들을 관통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은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 질문들은 마치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모든 요소들은 복합적이고 양면성이 있기에 쉽게 판단할 수 없게 돼어버리죠. 

예를 들어 의사인 텐마는 사고로 생사에 기로에 있는 소년과 시장의 수술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자신의 앞날을 위해서는 시장을 선택하겠지만 텐마는 윤리적인 고뇌 끝에 소년을 택했고 시장은 죽게 됩니다. 하지만 이일로 인하여 그의 출세길은 막혀 버렸고 약혼녀에게 버림받기 까지 합니다. 

그래도 의사로서의 본분을 찾았음에 감사하던 중 자신이 살렸던 그 소년이 사실 이미 몇 명을 죽였으며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살해할 사이코패스 살인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은 엄청난 딜레마에 빠지게 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자책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곧바로 독자에게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 

이 작품의 결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고 스스로 그 질문에 답해보길 추천드립니다.


만화를 그린다는 것 

2012 japan expo에서 라이브 드로잉을 하는 모습


그는 원래는 만화가가 될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취업을 준비하던 때 편집자로 면접을 보던 출판사에 한번 제출이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제출했던 만화 원고가 신인상에 당선돼 그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특히나 각종 시상에서 대상을 휩쓴 작가가 되었다니 정말 인생은 모를 일이죠.  

최근에도 그는 あさドラ! ( 아사도라! ) 라는 작품을 2018년부터 연재해가고 있습니다. 만화 외에도 MANBEN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만벤을 번역하자면 만화 공부라는 뜻입니다. 만화 공부라는 말답게 각화마다 만화가들이 출연하여 우라사와 나오키와 대담 인터뷰 형식으로 만화를 그리는 과정과 만화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우라사와 나오키는 물론 여러작가들의 만화에대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으니 찾아보길 바랍니다 (아쉽게도 한국어 번역을 제공하는 영상이 없다) 


그는 지금까지 명작을 여러 편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가 분명히 좋은 작품을 내놓을 거라고 믿는다. 계속 그의 작품을 볼 수 있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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