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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ALE Apr 13. 2022

디자이너, 왜 개처럼 일하고 노예같은 대우를 받는가

03 디자이너의 연봉

일과 직업은 우리에게 다양한 것을 충족시켜준다. 어떤 사람에게는 성취감을, 또 어떤 사람에게는 안정감을, 일을 통해 얻는 것도 모두 다르고 일을 하는 이유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금전적 보상은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요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부의 추월차선’과 같은 책에서는 평범하게 노동으로 임금을 받으며 사는 걸로는 평생 부를 쌓을 수 없고 노예로 전락할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평범한 우리들은 어떤 조직에 속해 일하고 월급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연봉’과 ‘월급’은 단순한 노동의 대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삶을 존속시켜주고 나와 내 가족의 매 끼니를 챙겨주며 세상살이에서 겪는 숱한 굴욕도 견디게 해 준다.


디자이너빌어먹고 산다는 

대학생 시절 나는 돈보다는 이상을 좇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연봉이 몇천이고 무슨 회사를 다니고 있냐 보다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느냐가 더 중요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디자이너로써 나는 언더독이었고 그런 점에서 스스로 자부심도 있었다.


디자이너로 일을 하며 월급과 연봉에 관해 내가 충격을 받은 일이 두 번 있었는데 첫 번째는 에이전시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내가 속한 팀은 디자이너들로 이루어진 디자인팀이었다. 서로 연봉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문율이지만 친해진 한 친구가 있었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연봉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그 친구의 연봉을 듣고 충격을 금치 않을 수 없었는데 업무강도와 업무시간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를 받고 있었다. 그 후 여러 디자이너들을 만나며 알게 된 현실은 대다수의 신입 디자이너들이 거의 최저시급 연봉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그런 시급을 받으면서도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있었고 시간 외 수당도 없는 경우가 많았기에 (대기업이나 대기업급 IT스타트업이 아니라면 대부분 없을 것이다.) 사실상 최저시급보다 못한 급여를 받으며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앱 서비스를 개발하는 IT스타트업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은 스타트업인데 다수의 개발자들과 함께 협업을 했었다. 우연한 기회로 개발자들과 연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있었다. 그리고 개발직군에 비해 디자인 직군의 연봉이 모두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난 후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알게 된 사실은 디자이너들의 연봉은 개발자뿐만 아니라 조직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한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말한 두 가지의 사례들에 물론 반례도 존재할 것이다. 연봉을 많이 받는 디자이너도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들에게 수당도 잘 챙겨주며 야근을 안 시키는 회사도 있을 것이다. 프로덕트 디자이너 같은 직무는 개발자 못지않게 급여를 많이 받는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상위 10-20%의 성취가 아니라 대다수의 신입 디자이너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설명이 될까

현대사회에서 노동의 가치가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개발자가 각광받는 시대이고 수요가 많기에 연봉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에 디자인은 하고 싶은 혹은 할 수 있는 사람이 많기에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걸 실무를 하며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디자인 에이전시라고 해도 신입을 뽑는다는 공고에 100여 명의 신입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낸다. 그렇기에 회사들은 신입 디자이너를 언제든 대체 가능한 소모품 취급하고 과도한 업무를 주며 혹사를 시킨다. 그러다가 불만을 가지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태도를 취하고 실컷 착즙 된 신입 디자이너들은 학을 떼며 1년, 길어야 2년을 못 버티고 회사를 떠난다. 실제로 에이전시를 다니며 이런 케이스를 정말 많이 보았다. 대체 가능한 사람이란 소리는 얼마든지 소모품 취급해도 된다는 것과 같은 뜻일까?


하지만 그들은 결코 그런 대우를 받을 만큼 디자인을 못하거나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빛나는 창의성을 가지고 장인 정신을 갖고 디자인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작업에 대한 욕심으로 주말에도 야근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2년을 기점으로 선택을 하게 되는 걸 볼 수 있었는데 불합리한 대우와 시스템에 저항을 시도하다가 회사를 떠나던가, 시스템에 적응하고 내부자가 되던가 두 가지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당신은 어디에 서있습니까?

나는 회사를 떠나 나의 길을 만들어 가는 걸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내 글에 공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회사는 정말 분위기가 좋고 존중을 해준다”라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글을 보는 디자이너 혹은 어떤 직무의 사람이든 내 글에 공감한다면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는 시스템을 어떻게 대처했을까? 불합리한 시스템을 영속시키는 데 나는 일조하지 않았나? 후배들이, 신입들이 나와 같은 고통을 받는 걸 방관하지 않았을까?


아직까지 디자인 회사 중 도제제도와 유사한 사수 부사수 개념으로 기술을 전수해주는 회사도 많기에 불합리를 참고 일을 해나가는 신입 디자이너들도 많이 존재한다. 그들이 디자이너 혹은 창작자를 꿈꾸며 품어 왔던 빛나는 창의성을 갈수록 희미하게 잃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의 존재를 빛나게 할 자리는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창작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빛을 밝게 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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