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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gon Apr 06. 2023

부산시립미술관, 무라카미 다카시: 좀비










부산에서 열린 무라카미 다카시의 전시가 1개월 연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왔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전시회는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을 주제로 구성되었으며

전시회에서는 100종 이상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 <원전을 보러 가요>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귀여운 고양이 탈을 쓴 훈남훈녀 주인공들의 데이트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바로 원전으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품고 있지만, 원전 피해를 입은 장소들과 제한구역을 비추고 자막으로 흘러나오는 섬뜩한 느낌의 가사는 (‘아냐 우리는 다 죽고 말 거야’) 동화같은 영상미와 대조되는 느낌을 주는데, 이것이 기괴함을 더해준다. 



- <무라카미 다카시 x 루이비통 & NFT ART>

 무라카미 다카시는 똑똑한 비즈니스맨으로, 작가의 작품은 럭셔리 브랜드와 국내 유명 연예인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작품들은  백화점이나 프린트 베이커리 그리고 NFT를 통해서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브랜딩은 그의 작품은 마치 명품을 고르듯 갖고 싶어지게 만든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인 내가 살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아주 작은 공업화된 인형 카이카이 키키 키링을 사는 것. 무려 55000원 . 


 

- <미스 코코> 

전시를 쭉 구경하다 보면 아이를 데려온 관객에게 ‘여기부터는 성인만 관람하실 수 있다’며 아이를 돌려보내는 구간이 있다. 눈앞에서 돌아서는 아이의 등을 바라보며 비밀스러운 공간에 몰래 들어가는 기분으로 입장했다.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이상할 정도로 외설적인 자세를 한 남자와 여자 피규어가 서 있다. 우스꽝스럽고 자극적이다가도 그 옆에 작게 써있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글을 읽는데 웃음이 나온다. 피규어의 몸체와 자신의 몸을 자조적으로 비교하는 글은 외설스러운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에게 우리만의 야한 농담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귀여움 그리고 기괴함 구간을 돌고 나서 이제 '덧없음' 구간으로 들어선다.


<무라카미 좀비와 폼 좀비>

그가 무용하다고 명명한 작품들, 그와 그의 강아지를 실제 크기만 한 피규어로 내장이 다 나와있는 그 작품은 오히려 너무 정성 들여 만든 티가 나 덧없지 않지 않은 거 아냐? 의문이 든다.


의미 없다는 거 결국 의미가 있다는 거 아닌가.


좀비가 되면, 죽음이 다가오면, 그리고 원전이 터지면 결국엔 덧없다는 

그의 메시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덧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메시지를 담기 위해 그는 귀엽고 기괴하고 재미를 주는 작품들을 열심히 만들었다.

무용하다고 말하는 만큼 사실은 의미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

오히려 이중부정으로 강조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귀여운 거 의미 없어

무서운 거 의미 없고

살아가는게 의미 없다네


말하는 메시지는 그의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에겐 찰나의 순간이라도 의미가 있기에 

그 중 한 사람이었던 나는 재밌게 전시를 보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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