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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즈 May 04. 2024

WBC(Women's Basecamp)

자연스럽게 본인의 모습인 야성을 찾아서

나의 베이스캠프는 어디 있을까?               


쉬어갈 곳     

지친 나를 재정비하고 다시 걸어갈 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찾았다.     

나와 접점 하나 없어도 내 베이스캠프가 되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사람의 모임     

WBC(Women's Basecamp/https://www.womensbasecamp.com/)               


지난 2일 FFC( https://freakyfoxcrew.com/ ) 의 5월 프리키 캠프가 있었다.     

프리키 캠프는 FFC의 스컬킹 프로그램 중 하나로 

매달 초 다양한 연사분들이 초청되고 다양한 주제로 짧은 강연과 질문을 주고받는다.     


5월의 주제는 '재미와 모험을 추구하는 괴짜들의 도전기'     

놀공연구소의 피터공과(맞게 불렀나요?) WBC의 명혜 님이 연사로 나왔었다.     

퇴근하고 명동까지 나가는 일이 조금은 벅찬 날이 이었지만,     

WBC를 지지하고 회원이기에 조금 늦게나마 참석했었다.     




'우먼스 베이스캠프'

여성의 야성성을 일깨우고, 내 안의 자유로움을 찾아서, 두려움 없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자연스럽다.     


힙하던 힙하지 않던 내가 가진 그대로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얼마나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야성성이 크지 않더라도 일상의 삶 속에서 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기 얼마나 어려운가. 본연의 나도 드러내지 못하는 삶에서 내 안의 야성성을 끌어내서 표출하는 모습들은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내가 함께함이 자랑스러웠다.     

비록 나의 신체적인 능력치가 워낙 바닥이라 모든 활동에 참여가 어렵겠지만     

그저 그 활동을 보는 그것만으로도 너무 든든함이 느껴졌다.     

살아 움직이고 부딪히고 서로 토닥여 주고 친구가 되는 모습들               


강연에서는 3년차에 접어드는 WBC의 멤버들의 의지와 열정,      

무엇인가를 도모할 때의 그 흥분과 설렘이 느껴졌다.     

아 그리웠던 감정이여.     

노동조합을 준비해서 세우고 초기 간부들이     

우리 집 거실에서 모여서 조합원 명단을 정리하던 옛날이 생각났다.     

뭐든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만한 힘도 없던 때      

의욕과 아이디어는 샘솟지만 정작 어떻게 하는지도 방법조차 몰랐던 그때               


강연의 뒤에 질문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손을 들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의사 표현을 했다.     

WBC 명혜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으니까.

               

"너무 많은 책임감은 좀 덜어놔도 된다.     

그저 솔직하게 서로가 서로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큰 좋은 방법이다."     


13년 전 노동조합을 함께 했었던 동지 중 여성 동지는 나만 남았다.      

그들 중 대부분 노조원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떠나갈 때는 이 일이 싫어서가 아니었다.     

"너무 잘하고 도움이 되고 싶은데 내 역량이 부족한 거 같다."     

"나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게 너무 미안하다."     

대부분 진심이 크다 보니 그만큼을 해낼 수 없는 물리적인 상황이 문제였다.     

30대에 접어들면 어쩔 수 없이 결혼과 출산, 육아 때문에 많은 장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저 곁에 있기만 해도 괜찮은데     

그건 그들의 양심에는 걸리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어야지 하는 바램이 너무 크니까     

그만큼 미안해지고 속이 상하니 몸도 상하기도 하고.               


현업도 아니고 노동조합 일 열심히 한다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냐마는     

다들 너무 진심이었다.      

하고 싶어서 맘을 쓰다 보니 이런저런 힘듦이 생기고     

결국 비슷한 이유로 떠나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그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책임감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본인을 옭아맬 정도의 크기는 필요 없다는 것.     

이미 모여있는 것 자체로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더 붙잡아 볼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다는 것     

하지만 나 역시 책임감에 짓눌리고 

최선을 다하지 못함에 마음에 짐이 쌓이고 있던 터라     

그러질 못했다.     

사실 그렇게까지 무겁게 생각할 일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우먼스베이스캠프에게 말합니다.     

너무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그저 내 베이스캠프가 되어 오래오래 있어 주면 된다고     

힘닿는 데까지, 응원하고 지지하겠다고     

혹 여러분의 삶에 결혼, 출산, 육아가 등장해 예상한 방향과 다르게     

나아가더라도      

그 역시 모험이고 자연스러운 부분이니까     

나를 잃는다고 생각하지 않기     

나는 그대로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 잊지 말기     

그저 긴 삶 속에 변화의 한 부분이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거기 있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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