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보다 불행에
압도되고 눌리는 느낌이
더 세차게 느껴지는 까닭은
불행의 속이 비었더라도
부풀린 몸집이 커 보이기 때문일까
속이 꽉 찬 몸피 작은 행복에
무겁게 짓눌리고 싶어서
낮게 더 낮게
스스로를 납작하게 둥글린다
불행의 외피에 눈을 두지 않고
가시 돋친 거스러미에
연약한 감사함이 찢기지 않기를
너와 나
빛에서 태어난 빛이므로
무엇에도 슬퍼하거나
두려워할 필요 없음을 안다
눈 돌리지 않고
모른 체 하지 않고
그것이 괴로울 때
찾아간 어느 낯선 나무 의자에서
온기와 위로를 느낄 수 있으므로
가난한 마음은 영영 가난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