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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한 Feb 15. 2023

샤넬vs디올, 상반된 여성 해방의 꿈

코르셋을 벗어던진 샤넬과, 다시 부활시킨 디올

1. 서론

디올 꿈의 아뜰리에 전시 ©디올 뷰티

22년 12월, 한 달 간 디올 뷰티에서 디올-꿈의 아뜰리에 팝업을 전시했다. 크리스챤 디올이 살아 생전 좋아했던 플로럴의 활용은 물론, 별과 별자리 등 “화려한”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 디올이 추구하는 미스 디올, “화려한 여성상”에 어울릴 법한 오브제들과 전시이다. 무릇 많은 여성들이 디올의 화려함을 좋아하지만, 단 한 명의 여성은 그의 여성상을 썩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가브리엘 샤넬”이다.

좌)가브리엘 샤넬 (우)크리스챤 디올  ©Gettyimages

가브리엘 샤넬은, “직선”을 선호했고, 코르셋에서 탈피를 원했다. 반면 크리스챤 디올은 여성 특유의 “곡선”을 좋아했으며, 앞서 샤넬이 탈피시킨 코르셋을 새로운 방식으로 부활시킨다.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는 두 거장들의 목표는 역설적이게도, “여성 해방”이었다. 그들의 여성 해방이 왜 180도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는지, 시대적 배경과 함께 알아보자.


2. 샤넬, 코르셋을 벗어던지다.

1) 400년간 여성을 옥죄던 코르셋

샤넬이 디자이너로 막 활동을 시작하던 1910년대에는 코르셋이 여성 패션에서 존재했다. 당시 파리에서 유명했던 디자이너는 폴 푸아레로, 코르셋을 비롯해 값 비싼 원단과 보석으로 치장하며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16세기부터 폴 푸아레까지 400년간 여성의 허리를 옥죄던 코르셋에 샤넬은 크나큰 염증을 느꼈다.


그래서 샤넬은 코르셋을 벗어던졌다. 화려한 원단과 보석들도 모두 지워버렸다. 그녀는 코르셋 대신 직선의 “샤넬 수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원단과 보석 대신 실용적인 원단(저지, 트위드)를 가지고 왔다. 흥미로운 점은 샤넬 수트(자켓)과 원단이 모두 남성 의복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즉 샤넬의 여성 해방이란, 코르셋으로부터 탈피해 중성적인 아름다움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는 남성풍의 여성이라는 뜻의 가르손느(Garconne) 룩으로 불렸다.
샤넬 수트 ©gettyimages

2) 직선의 샤넬 수트

1910년대만 하더라도, 자켓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또한 여성 의복은 곡선으로, 남성 의복은 직선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이러한 남성복의 특징을 샤넬은 여성복에 반영했다.샤넬 수트, 샤넬 트위드 자켓 등 시그니처 아이템들은 곡선이 없다. 직선으로 뚝 떨어지는 핏으로 코르셋으로 조였던 여성의 몸을 완전히 해방시켜주었다.


이는 상의(자켓)에 국한되지 않는다. 길이를 무릎까지 올린 H라인 스커트는 여성들에게 실용성과 미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마침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맞물려, 그녀의 직선적이고 실용적인 옷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후 1950년대 샤넬 투톤 슈즈를 출시함으로써, 샤넬 수트부터 신발까지 하나의 샤넬 룩으로써 자리매김한다.

샤넬 저지 드레스©vogue

3) 실용적인 원단, 저지와 트위드

샤넬이 차용한 또 다른 남성복의 특징은 “원단”이다. 당시 남성들의 운동복에 쓰이던 소재인 저지로 그녀는 드레스를 만들었다. 무겁고 화려했던 종래의 원단들에 비해, 저지는 가볍고 편안했으며, 심플했다. 또한 그녀는 트위드로 자켓을 만들기도 했다. 원래 트위드는, 영국 해안가에서 주로 쓰였는데, 차고 강한 바닷바람에 버티기 위해 고안된 원단이다. 주로 남성복에 쓰이던 트위드를 샤넬은 여성복에 처음 사용했다.


(좌) 트위드 원단 (우) 저지 원단 ©Magee 1866, Wikipedia


3. 디올, 코르셋을 부활시키다.

세계대전에 당시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 ©wikipedia

1) 2차 세계대전, 샤넬이 지고 디올이 뜨다.

승승장구하던 샤넬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1939~1945) 이후 주춤하게 된다. 여성들의 니즈가 바뀐 것이다.


남성이 전쟁터로 나가면, 여성들은 공장에서 군수물품을 제작한다.  공장 유니폼이 어떠한가?? 표준화를 위해 직선적이고 널널하며, 딱딱하다. 종전 후 여성들은 샤넬의 직선이 공장의 직선으로 느껴져 염증이 났을 것이다. 또한 전쟁 기간 동안 국민으로서 국가에 봉사했지만, 종전 후 여성으로서 가정에 집중하고 싶었을 것이다. 전통적인 여성상으로의 복귀가 꿈틀댄 것이다. (프랑스인 샤넬이 독일군 장교와 스캔들로 인한 이미지 추락도 한 몫 했다.)


디올의 New Look ©vogue

2) 디올, 곡선의 New Look

이러한 여성들의 니즈에 기반해 디올은 첫 컬렉션 1947년 “Corolle (꽃부리)” 을 선보인다. 상의부터 살펴보자. 어깨에 패드를 뺴 직선이 아닌 여성의 곡선을 강조했다. 가슴 또한 풍만하게 강조되며, 허리는 잘록하게 쏙 들어가 여성의 곡선미를 강조한다.


하의 또한 딱딱하게 떨어지는 직선이 아닌, 꽃봉오리처럼 볼록하게 펼쳐지는 라인과 풍성한 엉덩이를 그려낸다. 그렇게 디올은 샤넬이 그토록 지우고자 했던 코르셋과 곡선을 다시 부활시킨 것이다. 샤넬과 대비되는 그의 룩을 파리에서는 “New Look” 이라고 불렀다. 이후 그는 H라인, A라인, 펜슬라인 등 다양한 라인을 선보이며 여성의 곡선을 강조하는 의상을 전개한다.

샤넬이 그토록이나 탈피하고자 했던 코르셋을 다시 여성에게 조아 맨 디올에게 일갈한다. 실제로 디올의 옷은 보기에는 아름다우나, 27kg까지 나가는 의상이 있을 정도로 실용성과 거리가 멀었다.


여자를 모르고 가져본 적도 없는데, 여자가 되기를 꿈 꾸는 남자(디올)의 옷을 입은 여자들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Gabrielle Chanel
디올은 여성에게 옷을 입히지 않습니다. 그저 걸쳐둘 뿐이죠 - Gabrielle Chanel


4. 결론

진정한 해방이란 무엇인가

해방이란 무엇인가, 구속과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가브리엘 샤넬이 벗어나고자 했던 구속/억압은 코르셋이라는 폭력이다. 여성을 강제로 옥죄는 상징인 곡선의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직선의 편안함과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의 차별이 없는 것, 즉 중성적인 가르손느의 지향이 그녀에게는 여성해방이엇던 것이다.


반면 크리스챤 디올이 벗어나고자 했던 구속/억압은 획일화와 단조로움이었다. 여성 곡선의 아름다움을 가리는 직선이 오히려 그에게는 폭력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여성을 여성답게, 본래의 미를 드러내는 것이 그에게는 해방이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이전 세대에서 여성들을 옥죄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또한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으로부터 그녀들이 탈피하길 원했다. 시대적 정황상, 그 방향이 정반대였을 뿐 그 둘이 꾸었던 꿈과 여성을 향한 진심 만큼은 같았을 것이다. 나아가 그들은 오늘의 여성들에게 선택할 자유를 주었다. 여성들은 오늘 샤넬 수트를 입고,  내일은 디올의 뉴 룩을 입을 수도 있다. 억압도, 강요도 없이 않고,  여성 스스로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는 자유. 그것만으로도 샤넬과 디올은 이미 여성 해방을 이룬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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