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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Jan 19. 2024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2

2024 매일 필사 두 번째 

미끼 상자를 덮어 두었던 부대를 벗겨 낮 동안 햇볕에 말려 놓았었다. 해가 떨어지자 그는 등이 덮이게 그것을 목 주위에 감고는 어깨에 가로질러 있는 낚싯줄 밑으로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부대가 낚싯줄의 쿠션 역할을 해 주었고, 뱃머리에 기대어 몸을 앞쪽으로 기울이고 앉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에 제법 편안한 자세가 되었다. 실제로는 견딜 수 없는 자세를 겨우 면한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퍽 편안해졌고 생각했던 것이다. 

노인의 낚시 장면에서 노인이 힘든 자세로 견디고 버티는 모습에서 나는 왜인지 힘들게 수유를 하던 밤들이 떠올랐다. 아기와 나만 있는 고요한 장소에서 오로지 나의 행동과 아기에게만 집중하던 시간. 불편한 자세에도 견디면서 아기와 교감했던 시간이 기억났다. 


미동도 없이 유지하던 자세를 아주 살짝 편하게 바꾸면, 여전히 불편한 자세임에도 편안해졌다고 느꼈던 그 느낌까지. 결국 관절이 나갔지만 진심을 다했던 순간이 떠올라서 뭉클했다. 


계속해서 그 고기 놈만 생각해야지. 하고 그는 곧 다짐했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만 생각하란 말이야. 어리석은 것을 해서는 절대로 안 돼. 

노인의 물고기에 대한 진중하고 몰입하는 모습에서 삶의 태도를 배운다. 혼자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의지를 꺾지 않으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들이 내 마음에 남았다.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목표에 집중하는 노인의 의지가 어느 청년 못지않다. 


노인은 바다 저편을 바라보며 자신이 얼마나 홀로 고독하게 있는지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러나 깊고 어두컴컴한 물속에서 프리즘이 보였고, 앞쪽으로 곧바로 뻗어 나간 낚싯줄이며 잔잔한 바다의 이상야릇한 파동이 보였다. 이제 무역풍이 불어오려는 듯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문득 앞쪽을 바라보니 물오리 떼가 바다 위 하늘에 새겨 놓은 듯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냈다가 흩어지고 다시 나타나면서 바다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어느 누구도 바다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인은 낚시를 하는 동안 계속해서 소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바다를 보며 위로 받고 결코 외롭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노인이 바다를 바라보며 위로를 얻는 것처럼 나의 주변을 살피고, 이미 내 주위에 주어진 것들과 사람들을 생각해야겠다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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