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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플린 Dec 14. 2021

도요타, 잘 하고 있는걸까요?

2021.09.10.

이 글은 2021.09.10.에 작성하였습니다.


연초에 도요타 자동차를 까는 글을 썼습니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기다리며 전기차를 양산하지 않는 도요타 자동차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주된 논지는 "양산도 기술이다"는 점이었습니다.


지난 7일, 도요타 자동차는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통해 20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합니다. 즉 전고체 배터리를 내재화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에 있어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특히나 전고체 배터리에서 꾸준히 지적되어 온 '내구성'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내구성 저하의 원인은 찾아서 개선 중이라고 합니다.



도요타 자동차는 향후 생산될 전고체 배터리의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시인했습니다. 그래서 당장 전고체 배터리 자동차를 만들지는 못하고, 2020년대 중반까지 소용량의 전고체 배터리를 일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탑재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배터리 부하가 덜하기 때문에, 내구성에 약점이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필드테스트하기 좋은 환경이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한편,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는 Ni-MH(니켈수소합금) 배터리가 가장 적합하다."고 말하며, 새로운 Ni-MH 배터리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대체 언젯적 기술을 아직까지 개발하고 있나 싶어 당황스럽기도 한 내용인데, 이런 연구를 진행한 배경이 더 흠좀무합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CO2 배출에 있어 전기차 대비 우위에 있다고 합니다. 배터리의 조달부터 자동차의 생산, 연료의 충전에 이르는 모든 구간에서 10년 누적 CO2 발생량을 추산해 보면,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기차 대비 압도적으로 CO2 발생량이 적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EU의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중단 계획'이 실효성이 있냐고 은연중에 반박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뭐, 현재의 기술에서는 도요타의 말이 맞을 수 있습니다. 지금 상태에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CO2 배출량이 더 적겠죠. 도요타가 발표한 자료를 읽어 보면 그 논리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요, 도요타의 논리를 벗어나서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봅시다. 정말 도요타의 말과 같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CO2 배출량이 전기차보다 더 적은가요? 지금 당장은 그럴 수는 있어도, 앞으로도 그러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첫째, 현재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 자동차는 100여년간 축적된 기술로 최적화된 기술입니다.

제품의 연구개발부터 재료의 조달 및 연료의 공급, 그리고 노후 차량의 폐기 등 모든 구간에서 찐하게 기술이 축적된 상황입니다. 당연히 신생 기술인 전기차에 비해서는 CO2 배출량이 적을 수 있습니다.


반면, 전기차는 새로운 기술임에도 CO2 배출량에 있어서 100여년 전 초기 내연기관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은 CO2를 배출합니다. 즉 '지금 이 순간'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CO2 배출량이 더 적을 수는 있겠지만, 이 수치는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적습니다. 반면 전기차는 앞으로도 꾸준히 CO2 배출량이 줄어들 여지가 있습니다.



둘째, 내연기관 자동차가 배출하는 CO2는 '제어가 불가능'하지만, 전기차가 배출하는 CO2는 '제어가 가능'합니다.

제어 가능성에 있어서 전기차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내연기관 자동차는 각 자동차가 CO2를 직접 생산합니다. CO2만 생산하는게 아니라 NOx와 같은 각종 오염물질도 함께 생산합니다. 그러니 삼원촉매를 쓰고 DPF, LNT, SCR같은걸 써서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매연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술적으로 이런 후처리 장치를 달더라도 모든 내연기관 자동차는 각각 매연을 내뿜기 때문에 제어가 어렵습니다. 거기다가 DPF를 탈거한 차도 돌아다니고, 오래된 차는 과거의 환경기준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정기검사를 통과한다 해도 뿜어내는 매연의 수치는 최신 차 대비 수십~수백배 더 많습니다. (특히 디젤)


즉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 자동차가 뿜어내는 CO2는 제어가 불가능합니다. 그냥 CO2가 생기면 그대로 대기에 퍼집니다.


반면, 전기차는 차 자체가 CO2를 생산하나요? 생산하지 않습니다. 그냥 전기 충전하고 배터리에 화학에너지로 변환되고, 모터 돌릴 때 전기에너지로 변환되어 돌아가는게 끝입니다. 전기차에서 생산되는 CO2는 없습니다. 스마트폰 쓴다고 스마트폰이 CO2를 내뱉는 건 아닌 것과 똑같습니다.


그러면 도요타는 왜 전기차도 CO2를 생산한다 말하나요? 바로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할 때 CO2를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그 외 배터리 제조공정, 배터리 운송에서 발생하는 CO2 등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CO2는 제어 가능합니다. 내연기관에서 뿜어내는 CO2 + 매연과는 비교 대상이 아니죠. (도요타의 CO2 추산이 너무 편향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CO2는 이미 후처리 장치를 적용하고 있고, 그것도 많다고 하면 CO2 후처리장치를 더 빡세게 돌리면 될 일입니다. 물론 발전효율은 좀 떨어지겠죠.


여기에 도요타는 한가지 수를 더 놓는데, 전기차에서 소모하는 전기 생산 과정에서 화석발전을 많이 쓴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러니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기차보다 CO2 발생량이 압도적으로 적게 나오는 것이죠.



주요하게 이런 두가지 이유로, 저는 도요타의 이번 발표가 매우 꼼꼼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감흥을 못느꼈습니다. 사람을 어마어마하게 갈아넣어서 도요타만의 논리를 만들었는데, 이미 세상은 바뀌고 있습니다.


전기차가 미래가 아니라고요? CO2를 더 많이 생산한다고요?


에이, 솔직해집시다. 차 살때 CO2 줄이려고 돈 더 지출하세요? 아니잖아요. CO2 저감은 명분일 뿐입니다. 그냥 전기차가 타보면 더 좋아요. 내연기관 자동차가 팝콘 튀기고 그르렁거리고 소리 좋긴 한데 (저도 이게 좋아서 6기통을 애정하고), 막상 조용한 전기차 타고 내연기관 타면 직렬 6기통 실키식스니 뭐니 다 구시대적으로 느껴집니다. 전기차만의 sleek함은 내연기관이 구닥다리로 느껴지게 만듭니다. 그러니 전기차로 옮겨가는거죠. 


환경때문에 하이브리드 계속 타야 한다고요? 도요타씨, 정신 차리세요. 사람들은 전기차를 원합니다.


환경을 생각해서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것도 명분이라 생각합니다. 사람 몇 명 이동시키려고 2톤짜리 쇳덩어리 움직이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환경파괴입니다. 환경을 진짜 생각한다면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아니면 대중교통을 타야 합니다.



아무튼 도요타가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는데, 저는 이러다 도요타 점점 큰일나겠구나 싶습니다. 도요타는 이번에 리튬이온 배터리가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디스도 꽤 했는데, 막상 그들이 내세우는 전고체 배터리는 내구성 문제로 사용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일단 리튬이온 배터리라도 박아야 하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 시대는 영미권 패권 강화를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일부 공감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도요타는 전기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는 전기차 보급이 어려울 거라 말합니다. 소위 선진국 위주로 전기차가 보급될 거라고 했고요. 합리적인 주장이고, 공감합니다.


그런데 이미 시대가 자가용 내연기관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주요 자동차 벤더는 자가용 내연기관의 개발을 거의 중단했습니다. 이제 이 부분에서는 기술적 진보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기술의 사이클 상 저물어가는 단계에 접어든 거죠.


거기에 EU의 Fit for 55를 보면, 전기차 및 수소차 충전 인프라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단행합니다. 전기차를 강제로라도 활성화 시키겠단 겁니다. 미국은 안 하냐고요? 테슬라, 구글, GM이 있으니 알아서 잘 투자하고 있습니다.


영미권에서 이런 식으로 움직이면, 내연기관이 좋으냐 전기차가 좋으냐의 문제를 넘어서, 그냥 자연스럽게 전기차로 전환이 될겁니다. 정책적으로도 2030년대 중후반엔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내연기관 판매 자체가 중단되고요.


도요타가 계속 내연기관을 고집한다면, 선진국 시장을 버리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물론, 도요타는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그게 전고체 배터리 기반이라, 진짜 양산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란 점 입니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이 지연될 수록 도요타는 선진국의 마켓 쉐어를 잃어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이야기하면, 전기차 시대는 자율주행 시대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습니다. Full Self Driving까지는 아직 좀 남았더라 해도, 운전 보조 기능은 계속해서 상당히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압도적인 우위는 단연 테슬라와 구글 웨이모입니다. 그 뒤를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들이 모빌아이를 끼고 열심히 따라가고 있고요. 물론 도요타도 모빌아이 끼고 갑니다.


이렇게 모빌리티 시장의 트랜드는 전기차 & 자율주행차인데요, 다른 회사들은 일단 전기차로 꾸역꾸역 이행하곤 있습니다. 자율주행은 직접 못하니 모빌아이를 껴도, 전기차만큼은 내재화를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게 전통적인 자동차 업계죠. 물론 불 나고 멈추고 아주 난리인데, 원래 신기술 양산이란게 다 그런 거(...)


그런데 도요타는 아직도 내연기관을 고수합니다. 이건 자동차 브랜드의 이미지 문제이기도 한데요, 도요타를 선호하시는 분들은 도요타 자동차의 전성기에 가장 왕성한 구매활동을 한 분들이 아니실까 싶습니다.


미래 세대는 이런 도요타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어쩌면 고리타분하게 계속 프리우스만 만드는 내연기관 회사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다른 차들은 모터로 sleek하게 쭉 가속하는데, 도요타 자동차 타면 변속기 철컥거리며 뒤에서 매연도 나오고, 뭐 그러는 고리타분한 차 만드는 브랜드로요.


도요타의 장점인 내구성도 전기차 시대에서는 큰 장점이 아닐 수 있습니다. 기술평준화도 그런데, 애초에 전기차는 들어가는 부품이 너무 간단해져서 내구성에 이슈가 생길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일단 오일 들어가는 부품이 거의 없잖아요. 현대차조차 전기차에선 배터리 불나는거 말곤 별다른 이슈가 없습니다.


이래저래 도요타는 쥐고 있는 패를 계속 강화시켜 나가는 그들만의 논리를 펼치는데, 제 눈엔 이 행보가 도요타라는 기업의 미래에 그리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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