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우물로 돌아온 개구리
Apr 06. 2021
"어서오세요."
어?
안녕하세요는 들어봤지만 버스를 탈 때 "어서오세요."를 듣게 되다니. 이동하는 버스에서.
어서오세요는 멈춘 공간인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갈 때만 듣는 말인 줄 알았기에 낯설게 느껴졌다.
어떠한 판단도 할 겨를 없이 그 낯섦에 마음이 열린다.
사람들은 타자마자 버스의 중간쯤으로 걸어가는 습성이 있는 걸까.
비어있는 기사님 뒷좌석에 앉는다.
'왜 출발을 안 하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고갤 들어보니 똑같은 검정 바람막이를 입은 초등학생 형제들이 헐레벌떡 올라탄다.
"어서 와"
"감사합니다. 헉...헉..."
기사님께서는 아이들이 자리에 앉으실 때까지 기다려주신다.
우우우우웅.
드디어 가나
치이익
문이 열린다.
정말 10cm 정도 움직였으려나.
"죄송합니다.. 헉..."
"어서와요."
20대 초반 여자분이 숨 가쁘게 버스에 탄다.
조금 늦춤,
그것으로 세 명의 승객에게 완벽한 하루를 선물해주신 걸 기사님께서는 아실까.
"어서오세요."는
218번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님을 너머
기사님의 218번 버스를 탔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아마 이 버스를 타는 모든 승객들이 단골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매일 아침 "어서오세요."를 듣고 싶은, 친절함이라는 메뉴가 맛집인 버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