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중 이정화 Nov 17. 2019

잘못된 측은지심

한 끗 차이


작은 것 하나라도 해내고 나면 꼭 조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

굽어 살펴보는 것과 나도 모르게 내리 깔아보는 것.     


더운 여름날, 길을 가다가 용접하는 아저씨를 보았다.

끼익- 하는 소리가 귀에 박혀 너무 아픈데 아저씨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신다.

그 모습에 이유 모를 짠한 마음이 가득 채우려는 순간, 

가게 안에서 얼음물 한 컵을 들고 나오는 아주머니.

컵을 건네받은 아저씨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로 한 컵을 뚝딱 해결하셨다.

그 순간, 나의 온 몸이 후끈해지며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던 때가 있었다. 그 때는 아주 추운 연말이었다.

지하 연결통로에, 걸인들에게 옷 폭탄이 내려졌다. 정말 말 그대로 폭탄.

누군가가 자신이 입지 않는 옷 들을 자루에 담아서 그들을 향해 툭- 하니 던졌다.

방한에 최적화 되어있는 목도리와 장갑들도 있었고, 새것처럼 보이는 옷도 있었다.

던진 사람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걸인들은 분노에 찬 눈빛이었다.     




하나의 사물을 볼 때 시선이 늘 같은 것은,

어쩌면 누군가의 불합리한 희생이 깔려있을지도 모른다.

더운 여름 날, 용접일 하는 사람들은 모두 힘들고 원치 않는 일을 하는 것이며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든 상관없이 따뜻한 옷을 원하기 만 할 것이라는

잘못된 측은지심惻隱之心,

위험한 같은 시선.     


우주 속 작은 지구, 그 안에 더 작은 내가 푸른 하늘을 쳐다볼 때,

자괴감보다는 황홀함으로 가득 차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야한다.


내리 깔아보는 것과, 굽어 살펴보는 것.

그 한 끗 차이가 얼마나 큰 극을 내달리고 있는지.

작가의 이전글 순간의 흔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