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동태눈깔을 한채 회사에 다닌 지 어언 반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올해 초에 활력 있게 살아보자고 한 다짐이 일주일을 채 가지 않았었으니 내 셈이 대충은 맞으리라.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정리가 되지 않는다. 내가 지금 직장을 고른 이유부터 늘어놔야 할까 아니면 의기소침하고 부정적이 된 계기부터 설명해야 할까. 이 복잡한 마음을 글로 적으면 조금은 정리가 될까 싶어 참으로 오래간 만에 브런치앱을 열었다.
이번 직장은 나로서는 큰 도전이었다. 공대를 나와서 여차저차 공대와 관련된 일만 하던 내가 해외영업팀을 택하여 커리어 전환을 시도했었고 그게 지금의 내 상황으로 이어졌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꽝이다. 정말 이렇게나 재미없을 수가.
이게 첫 직장이었다면.. 비교대상도 없겠다 원래 회사일이란 이런 거겠거니 하면서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난 아니지 않은가. 이전일들이 더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드니 이곳에서 굳이 버텨야 하는지가 의문이었다. 근데 또 그렇다고 다시 직무와 직장을 바꾸자니 내가 너무 근성 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져서 무서웠다. 아니, 지금도 무섭다.
나는 나이대 치고는 이직을 많이 해본 사람이다. 하지만 이직의 사유가 한 번도 도피성이 주가 된 적은 없었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직은 그렇기에 더더욱 망설여지고 불안하다.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가 아닌 하기 싫어서 하는 이직.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나는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그게 불안하다면 그저 이 불만족스러운 일상을 꾸역꾸역 버텨야 하는 것인지 그게 원래 사람 사는 것인지.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상하게 살면 살 수록 더 결단력과 자신감을 잃어간다. 반년이 넘도록 계속되는 고민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는 멈출 수 있을까. 그 결단을 내리는 순간이.. 과연 오기는 할까? 그래도 한 가지는 알았다. 시간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것. 행동 없는 고민은.. 나에게 그 어떤 해결책도 주지는 못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