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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현 Aug 10. 2022

드라마 "밀회"와의 밀회

에서 나의 고민이 초라해져 버렸다.

김희애와 유아인의 키스신이다. 그 장면에서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이 장면 실화냐? 드라마 "밀회" 방영 시, 나는 미국 거주 중이어서 방영된 지 1~2년 후쯤 정주행 했다. 그때 당시 난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꽤 심각한 고민거리가 있었는데, 그 따위는 아예 생각조차 안 났고, 웬일로 나의 뚝 떨어졌던  입맛돌았다.     


불. 륜.이라는 주제는 꽤 솔깃하지만 경멸의 대상이기도 하다. 당신에게도 그렇지 않을까? 다른 드라마에서 주로 욕을 먹는 조연들의 잘못 99퍼센트가 불륜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드라마 '밀회'에서는 그러한 사랑이 이해가 돼버리고, 심지어 그들의 열렬한 응원군이 돼버렸다.   

        

어깨 빠지게 연습하고, 그러면서도 (음악을) 끝까지 즐겨 주는 거, 그게 진짜 사랑이죠!
      
아무리 비싼 악기도 마음이 담기지 않으면, 그냥 물건일 뿐이죠. 싼 악기에도 내 마음을 담아, 표현할 수 있어요. 아름다움 음악을 위해...
-드라마 <밀회> 중에서...          


가난한 선재(유아인)는 다락방 같은 자신의 방에 낡은 피아노 한 대와 인터넷에서 얻은 피아노 악보만으로, 혼자 연습만으로 피아노 연주의 엄청난 경지에 오른다. 오로지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사랑만으로... 그는 늘 낡은 건반을 정성을 다해 어루만져준다. 달걀판 종이 껍데기들을 모아 방음벽을 만들고, 그렇게 피아노 천재로서의 자신만의 원대한 성을 만들었다. 끊임없는 가난에 때론 헛헛했겠지만, 자신의 피아노 한 대와 마냥 좋기만 한 음악은 기꺼이 살아갈 이유가 돼주었다.


이 드라마를 볼 때의 나는 텍사스에서 독학으로 토플 점수가 안 나와, 좌절을 밥 먹듯이 하고 사람들도 안 만나고 집에만 틀여 박혀 있었다. 선재를 보니, 내가 참 한심했다. 비교는 쓸데없는 거라지만, 나는 부자는 아니었어도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으며, 20불 넘는 식사를 가끔 하더라도 삼시 세 끼는 먹고 싶은 것은 먹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다. 40도를 웃도는 날씨였어도 싼 전기료 덕에 에어컨도 맘껏 틀 수 있다. 선재보다 좋은 집, 내 방에서 난 시원하게 커피를 마시며 책을 펼치고 있다. 생존에 허덕이며 알바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난 왜 이렇게 불평불만을 하면서 있을까? 어깨가 빠지더라고, 끝까지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의리라도 나는 보여줘 봤는가?

      


마지막 회에서 성공보다는 정직하게 살고 싶어 감옥에 간 혜원(김희애)에게 선재(유아인)가 편지로 철든 그리고 뜨거운 사랑을 보여준다.     


론도 A단조. 이곳을 치면서 하루를 시작해요. 햇빛이 비치건, 비가 오건, 기분 좋건 울적하건 매일 그날 일기를 들려줘요. 또 그게 다 인생이라고 말해요. 모차르트의 비밀. 나지막하지만 체념은 아니에요. 가만히 봐봐. 깊이 보고 사랑해봐. 이 곡은 치는 게 아니라, 어루만져 주는 거래요. 나는 매일 당신을 그렇게 만져요. 언제나 겁나 섹시한 당신...... -드라마 <밀회> 마지막 회 중-     


독학을 하던 나는 그것을 어떻게 더 잘할까에 더욱 집중하면 된다. 주변의 상황, 방해물들, 참견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선재가 그날의 날씨와 자신의 기분 변화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연주를 매일 듯이...


그때의 어떠한 목적, 꿈이 있어 하고자 하는 일을 선택했다. 그런데 주변의 상황 그리고 뜻하지 않은 방해물들은 늘 있다. 단지, 정도와 체감의 크기만 다를 뿐이다. 그 누구에게도 완벽한 환경과 완벽한 타이밍이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나아가는 집중하는 매일 할 수 있는 그러한 힘이 중요하며, 결국 그것이 목표에 다다르게 한다. 아, 맞다. 그런데, 목표에 꼭 다다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늘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용기와 나아가는 힘 말이다. 그러한 용기와 힘은 원하는 삶을, 원했던 매일을 누리게 해 준다. 기꺼이.


“선재야 고맙다! 섹시한 너의 연주 덕분에 그때의 누나 타국에서 불평불만과 우울함이 부끄러웠다. 그것 따위 초라해지니 벗어던질 용기와 큰 힘을 얻었다. 땡스.”     



*인용구: 드라마 "밀회"의 대사.

필자는 드라마 시청 중 들은 바를 메모하였기에, 몇몇 조사나 접속사 같은 세세한 단어들이 실제 대본과 아주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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