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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 Jun 22. 2024

멘탈 강한 삶이란??

지난 금요일 시어머니 면회를 다녀왔다. 목관으로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는 어머니는 폐렴에서 벗어나 한결 보기 좋아졌다. 일 년 가까이 좋았다 나빴다를 이어왔는데 이제 다시 좋았다로 넘어온 거 같았다. 

어머니는 나를 보더니 또 울려는 듯이 잠깐 찡그렸다. 나는 그런 어머니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다. 예전에는 다 괜찮다, 마음 편히 계시라 했는데 그런 말도 이제는 못 한다. 너무 뻔하게 했던 말만 하는 거 같아서 또 할 수가 없다. 매주 중요한 행사처럼 정해두고 면회를 가지만 가서는 입뻥긋도 못하고 올 때가 많다. 


어머니에게 일상을 이야기할 수 없으니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도 상처가 될 수 있으니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어머니와의 추억이 많고, 함께 찍은 사진도 많지만 내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그저 손을 잡아보고, 발을 잡아보고, 머리칼을 쓸어주는 것. 

일주일간 어머니가 어찌 지내셨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간병사와 나누는 것이 다다. 간병사는 우리가 가는 것을 늘 반기고 좋아한다. 우리의 감사가 그분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것 같다. 우리도 그분의 노력이 늘 감사하고 흡족하니 이런 관계는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점점 어머니의 그런 상태가 일상처럼 무디게 느껴진다. 난 그게 싫다. 아주 큰 일인 그 일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럴 수 있는 일,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되어 가는 게 미안하다. 어머니를 보고 와서도 금세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는 게 이상하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모두 살 수 있다.

멘탈이 강한 사람이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사람이라고 한다. 힘든 일을 보았어도 계속 그 감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나와 다른 상황일 때는 일상을 누리고 즐기는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다. 나는 그런 사람보고 참 속없이 산다고 했는데 그게 잘 사는 모양새였다. 내 생각과 마음을 지키며 사는 것이 하도 어려워 언젠가 손바닥 뒤집듯이 살자고 다짐하던 때가 있었다. 내게 왜 그런 다짐이 필요했는지 알겠다. 이렇게 생각을 이어가니, 나의 일상 속에 있던 어머니를 일상에서 빼고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그거야말로 죽은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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