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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경 Oct 17. 2023

제6회 세시반 콘서트


저의 글쓰기 서랍함에는 발행하지 못하고 쌓여있는 글이 40개가 넘습니다. 몇 년째 끝내지 못한 글은 이제 지워도 될 것 같아서 오늘 '내 서랍'을 둘러보다가 2021년, 그러니까 세시반 콘서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저의 각오를 적었던 내용이 있더라고요. 읽다 보니 정신이 팍 들면서 2년 사이에 처음과 달라졌을지도 모르는 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건 버려서는 안되는 글인데다 다른 분들도 보셔야 제가 앞으로도 세시반 콘서트를 올바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포스팅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적었던 메모여서 두서없는데 최소한으로만 정리했어요. (원래 저장함에 있던 글은 반말이고, 제가 오늘 추가로 덧붙인 글은 존댓말입니다.)




* 세시반 콘서트의 취지: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음악 애호가들에게 소개되는 기회를 마련. 엄마가 설치지 않아도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부연 설명 - 한국에서 음악 하는 사람들 중에는 돈으로 음악 하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어릴 때 극성 부모 밑에서 만들어진 프로필, 돈으로 유학하고 돌아와서 돈으로 독주회 하면서 활동하는 사람들... 그런 거 말고 진실되고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쇼 말고 진짜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소개될 수 있는 음악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내가 귀국하기로 마음먹고 결심했던 것,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떠올랐다. 나는 40대의 음악인이다. 내 살 길만 궁리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것. 나보다 어린  음악인들, 한국의 갑갑한 현실에서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싶은 후배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고 싶다.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내공을 쌓아왔지만 한국에서의 연고가 없어서, 부조리한 현실 때문에 설자리가 없는 사람들이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음악이 아닌 다른 재주로 자기 어필을 해야 하고, 연주의 의도가 음악 자체의 순수함에 있지 않은 현실에 작게나마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고 싶다.


* 음악의 ㅇ도 모르면서 어디 시장에서 물건 떼어다가 장사하듯 연주자 프로필, 외모로 광고하던 우리나라 최대 기획사 대표... (겉이 번지르르한 음악회는 피하고 싶습니다. 이분은 제가 2019년 처음 한국 귀국했을 때 지인 소개로 한 번 만났었습니다. 서로 너무 마음에 안 드는 소개팅 분위기로 끝났었죠. 그분은 자기가 사실 음악에 대해 쥐뿔(본인 표현)도 모른다고 고백하시며 뻘쭘해하시고, 저는 저대로 '대표님이 찾아다니시는 연예인 스타일이 아니라 어차피 안 맞을 것 같은데...'라며 소개해 주시는 분 때문에 예의상 커피 한잔 마시고 헤어졌습니다 ㅋㅋ)


* 남자 아니면 서러워서 살겠냐 싶게 지네끼리 놀고 있는 음악회가 너무 많다... (남자를 배척하는 것 아님. 음악으로 승부하자는 이야기)


* 지성적인 사람들이 와서 만족할 수 있는 연주를 만들고 싶다. 나중에 내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연주를 하기 어려울 때, 내가 가서 보고 싶은 믿을 수 있는 음악회를.


* 지금이 딱 시작하기 좋은 나이이다. 게다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계기를 학교에서 만들어주니 지금 안 하면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든다. (클래식 교양강의를 하게 된 덕분에 학생들을 위해서 처음 세시반 콘서트를 시작했었는데, 벌써 6회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클래식 공연장이라는 게 얼마나 허들이 높은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런 분들이 오셔서도 따뜻함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네... 이런 마음을 먹고 세시반 콘서트를 시작했었습니다.


'중꺾마'라는 말이 요즘 유행이더라고요? 제 중꺾마는 '중간에 꺾이지 않은 마음'으로 하겠습니다. 음악이 듣고 싶은 관객과 음악에 진심인 연주자들이 만날 수 있는 음악회를 만들어가야겠어요. 오는 11월 11일에 여섯 번째 세시반 콘서트가 있는데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환영합니다. 참석 원하시면 문의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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