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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경 Feb 20. 2024

A

음악을 전공한 엄마에 의해 바이올린을 시작한 A는 아주 꼬맹이 때부터 영재였다. 어릴 때부터 교수 레슨을 받으며 동네에서 이름을 날리다가 12살쯤 되어서 줄리아드 프리컬리지에 입학했다. 프리컬리지부터 학부, 석사 졸업할 때까지 계속 나하고만 반주를 맞췄는데, 학교 커리큘럼 외에도 콩쿨, 캠프, 연주 등을 부지런하게 참가했었다. 사실 음악을 해도 학교에서 시키는 것만 하면 등록금 이외에는 그렇게 큰돈이 들 일이 없다. 그런데 A는 학교에서 비용을 커버해 주지 않는 외부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나한테도 따로 지불하는 돈이 많았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그때마다 비행깃값, 체류비 등으로 큰돈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엄마가 음악을 전공하면 아무래도 정보 소스가 많기는 하다. A도 그래서 뭔가를 굉장히 많이 했다. 그래서 음악 영재로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실 자기 비용을 들여 만든 부분도 상당하고, 연습에 충실해야 할 나이에 너무 많은 활동을 하다 보니 실력이 크게 성장하지는 못했다. 어릴 때는 조그만 아이가 손가락 돌리는 것이 신기하여 주목을 받지만 어른이 되고 나면 결국 실력으로 평가받는다.(적어도 외국에서는. 한국은 아직도 프로필 우려먹기가 가능한 것 같음 ㅡㅡ;;) A는 어릴 때의 화려한 경력에 비해서 대학원에 들어간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좌절하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자기가 왜 음악을 하게 됐는지, 그리고 음악만 하면서 지낸 유년 시절, 학창 시절에 대해 엄마를 원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항상 말 잘 듣던 딸이 반항하는 것에 놀란 A의 어머니는 나에게 상담을 하셨는데, 그래도 A네는 좋은 가족이라 서로 대화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부모님이 딸을 정말 사랑하고 자기가 원하는 인생을 사는 것을 지지한다는 것을 표현하면서 갈등을 해소해 나갔다. 


A는 줄리아드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작년에 로스쿨에 진학했다. 


A가 로스쿨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쁜 마음이 컸다. 원래 똑똑한 아이였고 공부도 무척 잘했는데 이제 자기에게 어울리는 길을 찾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음악에 그렇게 투자했는데 결국 다른 길로 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약간의 무상함이 들기도 했지만... 음악의 길은 정말 본인이 원해서, 좋아하는 열정이 크지 않고는 끝까지 가기 어려운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그동안 들인 돈이 아까워서 그만두지 못하기도 하는데, A의 부모님은 A가 방향을 트는 것을 허락하고 응원해 줬다.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고 결단을 내리는 용기를 가진 A, 딸을 정말 사랑하고 딸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A의 부모님 모두 참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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