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시? 인하우스? 다시 한번 설계하기
내가 3년 차 BX 디자이너가 되는 2022년은 회색과 같은 해로 기억된다.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돌아보니 그랬다.
2020~2021년, 나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다양한 도메인의 클라이언트와 미팅하며 업무를 진행했었다.
매일 마감 기한이 있는 나날들이 연속되며 변화와 새로움 속 도파민에 중독된 것처럼 일했었다.
물론 이제 막 현업에서 일하기 시작한 신입이라는 입장도 한몫한듯하다.
2022년, 커리어의 확장과 다양한 이유로 인하우스로 이직했다. 인하우스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IT 업계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나름의 도전을 시도한 것이다.
잠시, 인하우스와 에이전시에서의 업무가 어떻게 다른지 정리해 보았다. 이렇게 글로 나의 경험을 정리해보니 어떤 업무가 더 맞을지 어떤 곳에서 일하고 싶은지 생각정리가 되었다.
어느 곳에 다니던 주말이면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디자인이 좋았다. 어느 날 문득 나에게 이상 신호가 찾아왔다. 디자인에 대한 무감각, 무기력이 찾아왔다. 누군가는 “3년밖에 일하지 않은 주니어 디자이너가 왜 번아웃이 와? 너무 안일한 거 아니야?”라며 비판할 수 있다.
나는 현업 디자이너로 활동하기 전, 짧지만 해외취업과 프리랜서로 몇 년 일하며 학부 시절에도 꾸준히 활동했었다. 디자인을 배우며 이곳에 종사한 지 거의 10년, 그 시간 동안 디자인을 향해 달려왔다고 생각된다.
이쯤에서 나에게 되물었다.
왜 요즘 디자인에 몰입하지 못하는 걸까? 왜 전처럼 즐겁지 않을까?
이유를 찾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처음 한 일은 나의 디자인 원동력 후보를 뽑아보았다. 다른 디자이너의 디자인 원동력도 궁금해져 종종 주변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저마다 이유가 다양했고 내가 생각하기에 대단한 시니어 디자이너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에이전시 vs 인하우스 근무
크리에이티브 vs 기업형 디자인
네임드 기업 입사
연봉 UP
동료 디자이너
디자인업무를 하면서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 사항일지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지나가 볼 만하다. 물론 이곳에서 해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세상이 원하는 조건인지 내가 원하는 조건인지 깊게 사고해보며 느낀 점도 많았다.
두 번째로 생각했던 건 디자인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없어졌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항상 디자인으로 성취하고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갈증 나게 한 걸까? 나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 계속 움직였을까? 그렇게 나의 꿈을 다시 생각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이것이 나의 꿈이었다. 단순한 명사였던 나의 꿈은 벌써 이뤄진 것이다. 인생의 끝일 것처럼 상징적 의미를 담은 나의 꿈이 사실은 시작점을 나타내고 있었다. 적잖이 충격이었다. 이제 진짜 목표를 세우고 꿈을 그릴 때가 된 거였다. 무기력과 번아웃인 줄 알았던 현재 상태는 Phase 1이 끝난 상태로 다음 Phase 2를 그릴 시기였던 것뿐이다. 이제 동사로 나의 다음 페이지를 그려보려 한다.
존재한다고인지조차 못할 정도로 흐릿했던 세상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이 세상을 어떻게 그려갈지 고민해나갈 것이다.
여러분들은 어떤 시기를 보내고 계신가요. 또 어떤 꿈을 꾸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