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을 너무 오래 먹어서 그런가, 도현이는 가끔 배아프다는 말을 한다.
그럴 때면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약을 먹이고 안아주는데,
그게 제법 잘 먹힌다고 생각한 건지 가끔 도현이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배아파! 안아줘! 한다.
한편 수현이도 그 모습을 보고 배아파! 안아줘! 했지만,
안타깝게도 엄마의 몸은 하나.
먼저 말한 놈이 만족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배아파'가 통하지 않자 녀석이 개발한 새로운 라인이 '무서워'
한동안은 '호랑이 무서워 엄마 안아줘'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청소기 무서워'로 바뀌었다. (발음은 '청호기 무허워')
뻔히 보이는 수작질이 귀여워서 '청소기가 뭐가 무서워?' 하면,
'어~' 하며 열심히 고민하다 '아까 청소기 위이잉 해서 수혀이 발 아야아야했어 무서워 많이 아야했어 무서워' 하고 열심히 설명한다.
요즘은 멀리서 청소기 브러쉬만 봐도 헐리우드액션을 하며 '꺄악 청소기! 엄마 청소기! 무서워! 안아줘!' 하며 호들갑을 떤다.
한 때 로봇청소기를 타고 다니던 용자는 어디갔는가... 덕분에 요즘 청소기가 고장이 덜 나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