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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과장 Jun 03. 2023

연하 만날 결심

다섯 살 연하남, 물리적인 나이차이 극복법

2002년 월드컵 한국전이 있던 날, 고3 수험생이었던 우리는 무언가에 홀린 듯 교실을 뛰쳐나와 동네 거리응원을 나섰다. 우리 대표 팀 경기가 있는 날, 참고서 뒤에 빨간 티셔츠를 곱게 접어 넣고 등교하는 기분이란, 땐 수험생이라서 더 특별했던 것 같다.


물론 그 난리통에도 교실에 남아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들도 있었다. 그들이 우리보다 한 단계 높은 대학을 갔을지는 모르겠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입학한 대학의 순위가 인생의 순위가 아니며, 한국은 지금까지도 그날의 영광을 재현한 적이 없다. 그동안 코로나와 운집된 장소의 사건들로 인해, 그 시절 그런 단체 광기와 환희의 순간은 다시 경험하기 어렵다. 어쩌면 우린 행운아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중학생이었던 남편의 기억은 조금 다르다. 듀스보다 앞선 시절의 노래를 들으면 갸우뚱하는 . 포켓몬 줄거리는 줄줄 읊지만, 배추도사 무도사는 어렴풋한 그와 나는 다섯 살 차이가 맞다.


오늘은 나이 차이가 많은 연하와 잘 지내기 위한 물리적인 나이 차이 극복법에 대해 소개해본다.

하나. 스타일 변화


만나기 전에나 누나지, 만나고 나면 나이가 많든 적든 그냥 내 연인이다. 서로의 얼굴을 계속 보고 있으면 점점 나이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또래 중에서도 동안 얼굴에 해당하는 남편 때문에 처음엔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하지만 속상해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는 법. 그와의 외적 레벨을 얼추라도 맞추기 위해서는 덜 성숙해 보이는 착장부터 시작했다.


그와 만난 이후, 거의 징징 울며 옷장을 한 번 갈아엎었다. 신랑이 직접 고른 별로인 옷과 구두들을 정리하니 4박스. 내 눈에만 예쁜 그 페미닌 한 아이들을 기부처로 보내버리고, 그의 캐주얼한 스타일에 어울리는 옷을 함께 구매했다. 내가 보는 예쁜 옷의 기준과 그의 눈이 확실히 다르다. 내 소중한 이들을 버렸으니 돈은 신랑이 내기로 한다.

둘. 가성비 높은 피부관리


남자도 결혼 전에 여자가 화장을 말끔히 지운 모습을 보고 결혼하는 걸 권한다. 청순 투명 메이크업 말고 클렌징 후 버전. 당신의 생각보다 여성의 화장 기술은 매우 대단하며, 결혼하고 나선 99% 화장을 지운 상태에서 함께 지내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둔 연인에게 피부관리는 운명이다.


이것 저것 시도해 본 결과, 가장 효율적인 피부관리는 화장품이 아닌 피부과이다. 나도 20대엔 SK*, 디* 같은 한 병에 20~30만 원짜리 화장품도 써 봤었다. 그때가 지금보다 피부상태가 더 좋은가? 그렇지 않다. 많은 비용을 화장품 업계에 헌납하고 나서 알게 된 진실.


시중에 유통되는 화장품은 불특정 다수가 사용해도 괜찮을 효능과 농도 출시되어야 한다. 비전문가가 써도 문제가 없으려면 좋은 성분도 기준치 이하여야 한다. 효과만큼 부작용이 동반되는 건 어느 화학제품과 시술에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지금 나의 기초 화장품은 시드*, 아모* 저가 라인업 1~2만 원대 국내 화장품으로 모두 바꾼 상태이다. 성분 순한 건 '화해' 어플을 참고하는데, 함유된 화학성분은 적을수록 좋다.

대신 화장품에서 아낀 비용은 피부과에서 쓴다. 관리 추천 순서는 본인 피부 타입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름과 탄력은 진행되기 전에 잡아야 한다. 피부 위의 줄은 생기면 끝, 없앨 수 없다. 얼굴에 무언가 나 있는 상태라면 '여드름 - 편평 사마귀 - 잡티/기미 순'으로 순차적으로 없애는 걸 추천한다.


특히 편평 사마귀 없애는 레이저는 강력 추천이다. 얼굴에 좁쌀 여드름 같은 게 있는데 짜도 안 나오고 계속 남아있다면 피지가 아니라 편평 사마귀일 가능성이 높다. 오늘 본 내 얼굴의 사마귀수가 내 인생에서 가장 적은 날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번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지금 눈에 보인다면, 최대한 빨리 가서 없애자.


, 시술하고 얼굴에 스티커 붙이는 날이 최소 4일은 되기 때문에 금요일 시술 추천. 딱지가 떨어지고 나면 깨끗해진다. 갈색병 한 두개 살 가격으로 단 1번의 시술로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남자든 여자든 아끼는 친구들에게만 알려주는 가성비 높은 시술이다.

기미나 잡티는 가장 마지막에 관리한다. 한 번에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약 5~10회가랑의 주기적인 시술로 천천히 없애면 된다. 역시 방치할수록 진해지기 때문에 미루지 말고 단계별로 없애는 게 좋다. 잘 때 화장품 1개만 쓰고 차근차근 피부 정리의 과정을 밟아온 결과, 요즘은 회사 갈 땐 절반은 화장을 하지 않고 간다.


나이 차이를 듣는 사람이 '오, 그 정도로 차이로는 보이지 않았어요' 정도면 성공이다. 그와 어울리는 무난한 복장과 나름 고운 피부로 무장해도 그보다 많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상대가 누구든 현재 나이보다 어려 보이기 위한 노력은 나 스스로에게도 플러스이지, 마이너스가 되진 않는다. 마크롱 부인은 주름살도 고급지고 멋지더라.


엄청난 발놀림을 하며 겉으론 우아한 백조처럼, 연하의 그를 만나는 여인들은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행복한 노력이라고 여기고 정진하자.


by. 연애훈련대장, M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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