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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상 인물 Aug 15. 2020

기이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당신을 위한 21세기 영화추천

라이트하우스, 멜랑콜리아, 박쥐

  사실 인생은 아름답고 밝기만 한 것이 아니다.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런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은 마음 한 구석의 꼬인 나가 "뭐..? 인생이 이렇게 아름답다고?"를 외칠 때가 있다. 일상 속에서 느끼던 실체 없는 무서움과 우울함을 영화적 공간에서 가시적으로 재현해낸 것을 보며 공감하거나 나름의 위로를 얻길 바란다. (모순적으로 느껴지지만 나는 그렇다.)



로버트 에거스 <더 라이트하우스>, 2019

  1890년대 뉴잉글랜드의 인적이 드문 섬의 두 등대지기가 겪는 기이한 일들을 다룬다. 폭풍우로 등대에 갇혀버린 인물들이 부대끼며 갈등을 폭파시키는 내용이 흥미롭다. 주인공은 윌럼 더포와 로버트 패틴슨이 맡아 명연기를 펼쳤다. 

로버트 패틴슨 (에프라임 윈슬로 역)
윌럼 더포 (토머스 웨이크 역)

  이 흑백 영화는 35mm 필름 카메라로 찍었다. 또한 1.19:1 비율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며 관객들에게 굉장히 답답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인물들의 심정에 몰입을 유도한다. 요즘처럼 매일같이 비 오는 날, 불 다 끈 채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축축하고 습한, 어딘가 불쾌하기까지 한 냄새가 나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라스 폰 트리에 <멜랑콜리아>, 2011

  저스틴과 마이클은 저스틴의 언니인 클레어 부부의 저택에서 성대한 결혼 파티를 치른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하게 가라앉은 파티의 분위기와 저스틴 엄마의 폭언이 이어진다. 이에 저스틴은 식 중에 나가서 갑자기 욕조에 누워있고 방을 망치고 차를 타고 떠돈다던가 하는 기행을 저지른다. 사실 이 파티는 어딘가 이상하다. 저스틴의 아버지는 이름이 똑같은 두 내연녀를 데리고 오고, 직장 상사가 찾아와서 일거리를 맡기기까지 한다. 이 상황 속에서 저스틴은 폭발해버리고, 이를 견디지 못한 약혼자 마저 저스틴을 떠난다. 한편 거대 행성 멜랑콜리아(우울증) 행성이 지구를 충돌할 거라는 뉴스가 뜬다. 우울증에 걸린 저스틴은 거의 아무런 동요가 없지만 제일 정상적이여 보이던 클레어의 정신은 점차 붕괴하기 시작한다.

커스틴 저스트 (저스틴 역)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멜랑콜리아


  <멜랑콜리아>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 특유의 공포와 기이함, 우울함이 잘 나타나 있는 영화다. 감독 특성상 19금 영화가 많은데 이 영화는 드물게(?) 15세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기까지 하다. 사실 <살인마 잭의 집>에서 처럼 사이코패스가 등장해 살육을 저지른다던가, <도그빌>의 시나리오만큼 충격적이기도 않다. 단, 우울한 사람들은 보지 말 것을 강력히 권하는 바이다! 나 역시 비교적 맨 정신에 보고도 너무 우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닝 시퀀스부터 흘러나오는  바흐의 곡과 어우러진 화면은 상당히 아름답고 명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드니 그 부분만 보는 것도 추천하는 바이다.



박찬욱 <박쥐>, 2009

  원작은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이다. 영화 속에서 명연기를 펼친 김옥빈(태주)은 당시 22살에 불과했다.

김옥빈 (태주 역)

  백신 개발을 위한 생체 실험에 참여한 신부 '상현'은 우연히 뱀파이어가 돼버린다. 필연적으로 '피'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찬 상현은 본인의 종교적 신념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점차 욕망에 눈뜨던 그는 어린 시절 친구의 아내 '태주'에게도 강한 이끌림을 느끼며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박찬욱식의 연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재미있게 볼 것이다. 특히나 강렬한 색채의 대비를 이용한 마지막 태주 집에서의 씬은 아주 흥미로울 것이다. 

  류성희 미술 감독 특유의 고풍스럽고도 특이하지만 익숙한 세트를 보는 관객들은 시각적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풍이 모조리 섞인 사건 전개의 주 무대, '행복한복'은 영화 속에서 영상 미학의 정수를 뽐낸다. 이 외에도 영화 전반적인 박찬욱 감독 특유의 강렬하고 날 것 인듯한 연출은 관객들의 몰입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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