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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uk Kim Sep 13. 2020

국제관계사 : 치환되고 환원되는 기억들

21세기의 임진왜란

국제관계사 : 치환되고 환원되는 기억들

학부 2년, 국제관계사


임진왜란과 명군 참전을 통해 본 국제관계를 시청 후 국제정치적 논평을 작성할 것

서설과 결어 발췌.

본론 내용이 무척 길고, 분석적이라서 '일단은' 빼놓았다.

Keyword : 기의와 기표, 양상의 유사성, 정세의 유사성, 셜록과 이세돌, 확인절차 2건




Ⅰ. 서설

 : 우리가 ‘한반도’라는 기의에서 떠올리는 기표들




 얼마 전, 대학교의 막내로서 1년을 마무리하는 겨울방학 때쯤, 영화평론에 한창 빠졌었다. 글을 좋아하기만 할뿐, 잘 쓰지는 못하는 내게는 '꿈의 영역'이었다. 더군다나 나에게 영화는 내 감정을 극도로 부풀려주고, 오색 빛이 나도록 만들어주는 존재였기에 이를 절제하고 영화의 스토리와 기술적 부분을 동시에 집중하면서 본다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글로 옮겨낸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시선으로 예술을 보는 일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였기에 그저 읽는 것에만 만족하자고 단념했었던 기억이 난다.



 국내에서 정통적인 영화평론을 찾아 읽는다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한 평론가도 적고, 평론의 수도 적다. 따라서 내가 찾아 읽었던 건 '동아일보'와 '부산일보'의 신춘문예 평론파트였다. 국내에서 신춘문예에 평론 분야가 개설되어 있는 신문사는 이 두 곳이 전부였다. 



 그렇게 매해의 평론을 읽어갈 때마다 등장하는 개념이 있었다. 기표(記標)와 기의(記意). 이는 소쉬르라고 하는 스위스의 어느 언어학자가 주창한 개념이다. 기표는 우리가 알 수 있고,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의는 그것에 대한 표상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이렇게나 당연한 것을 왜 이론으로 만들어 낸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지만, 학계에서는 꽤나 중요한 발견이다. 일상에서의 촉수가 일반인들보다 더욱 민감했을 터이다.



 예를 들자면 '나무'라고 하는 문자로 된 기표가 있다면, 우리는 이를 듣고서 흔히 생각하는 '나무의 모양'을 떠올린다. 그것이 바로 기의이다. 처음에 이 과제를 받아들고서 떠올린 개념이 바로 이 '기의와 기표'였다. 마치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과 같은 순간이었기에 왜 떠올렸는지에 대해서 깊이 골몰해볼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한반도'라고 하는 기의에 대해서 무엇을 떠올려내는가. 어떤 기표들이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가. 이러한 의문을 아마도 이번 과제와 텍스트에 비춰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듯하다. 그래서 머릿속에 '이상한 전구'가 잠시 들어 왔었나보다. 



 '한반도'라는 기의에 대해서는 길게 뻗은 토지와 삼해(三海) 바깥의 열강들이 위치한 모습을 기표로써 많이들 생각할 것이다. 이에 대한 인식을 살짝만 더 살펴보자면, 한국의 영토와 중국, 일본, 미국 그리고 북한이라고 하는 국가들을 동시적으로 떠올린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우리들의 땅을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주위 국가들을 같은 판에 놓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에 대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시대가 오기까지의 역사에 주목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적인 일반이 '한반도'에 대해서 떠올리는 기의-기표들이, 이처럼 형성된 까닭이 선조들이 살아온 길 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역사의 변곡점을 차지한 몇몇 순간들은 자연히 현대 사람들의 '연상(associate)'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ROAR, Parasitemovie.co.uk


 글의 시작을 영화로 했으니 관련된 사례를 이야기해보자. 오스카 시상식에서 "퐁-춘-호"라는 이름이 불리기 이전의 봉준호 감독에 대한 기의는 아주 다양했다. 누구는 '괴물'이라 했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설국열차' 혹은 '살인의 추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2020년 2월 15일을 기점으로 세계 사람들이 '봉준호'라고 하는 기표에 대해서 '기생충(parasite)'이라는 기의를 떠올리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필수불가결하게, 의도하지 않아도 의미가 포함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의식(ceremony)이고, 하나는 역사(history)이다. 역사에는 항상 메세지가 깃든다. 다섯 살 아이가 어제 넘어진 문턱에서 오늘은 잠시 멈추어 서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우리는 '임진왜란과 명군의 참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주는 메세지와 사실요소들을 바탕으로 현대에 적용시켜 보려고 한다. 치환의 가능성이 존재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비로소 치환작업이 유의미함이 드러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현대적 교훈까지 발견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왜 '한반도'의 기의와 기표가 그렇게 형성되었는지 답을 자연스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Ⅱ. 내용

 1. 역사적 서술의 확인 : 임진왜란 당시는 세부적으로 어떠한 상황이었는가?
 2. 치환 가능성의 확인 : 논리의 성립이 가능한가?




Ⅲ. 결어

 : '셜록의 준비태세'와 '이세돌의 신중함'으로 무장하기를 바라면서


 결어를 쓰고 있는 오늘은 5월 29일이다. 430여 년 전의 오늘, 거북선이 적들의 시야 속으로 모습을 드러낸 날이다. 당시의 오늘은 참혹하고도, 비현실적인 순간들이 줄지어 한반도에 생겨났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여파는 지금까지 전승되어 내려온다.


E. H. Carr, 1892


 우리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제정세의 어느 좌표쯤에서 방향을 설정하고, 미래를 만들어 나아가야 하는지 의문이다. 아무도 모른다. E. H. 카가 말했듯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우리가 확신을 가지고 몰두할 수 있는 일은 지나온 역사에서 길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리고서 예측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가정하여 시나리오를 설정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팬층이 두터운 유명한 영국드라마, <셜록>에서 주인공 셜록은 '기억의 궁전(Mind Palace)'이라는 곳에다가 모든 기억을 저장해둔다. 한번은 공항에서 스쳐간 비행기의 모델명과 도착지를 궁전에서 끄집어 내온다. 그렇게 필요한 때가 오면 빠르게 꺼내서 사용한다. 그의 기억은 그의 '뇌'라기보다, '궁전'에 보관되는 것이다.



 이세돌은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을 하면서 한 수 한 수를 두면서 장고(長考)했다. 이는 연습이 아닌 실전에서의 고민이었고, 이기기 위한 방법을 찾는 와중임을 상징했다. 그 모든 장고가 모여서 회심의 '78수'가 등장한 것이었다.



 한국의 외교정책은 이 둘을 적절히 조합해야한다. 셜록의 '일상적 준비태세'에서 나오는 적용성과 이세돌의 장고에서 나오는 신중함을 동시적으로 견지해야한다. 우리들의 외교력은 셜록처럼 비상한 천재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가진 '궁전'처럼 가능한 모든 변수에 대한 대응책을 많이 확보할 수 있어야한다. 이세돌처럼 긴 장고를 취할 수는 없더라도 앞의 대응책의 확보를 통해서 명확하고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교는 실전이다. 항상 경험론적으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며, 이상적으로 풀어지는 것도 아니다. 일정한 프로세스가 있는 것도, 사지선다도 아니다. 중립적 외교, 줄타기 외교의 한계점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그에 반해 주변국과 패권국의 압박강도는 우리가 예측할 수도 없고, 최고점을 알 수도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대비해야 한다. 그렇게 불가피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온다면, 최대한 명확한 몸짓으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들의 선택이 한 시점을 역사의 변곡점으로 바꿔놓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어쨌거나 꽃은 피지만, 혹여 난춘(亂春)에 꽃망울을 틔운다면 스스로 강해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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