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사색
방구석 1열 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리뷰했다고 한다. 특히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라는 작품을 다루며 황야의 마녀 라는 나쁜 캐릭터까지 마지막에는 모두 포용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언급했다. 난 사실 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고, 이 프로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갔음을 인터넷 기사로만 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실 흑과 백이 명징하게 나뉘고 판단가능한 과거의 세계와는 다르게 우리가 숨쉬며 살고 있는 현대의 세상은 모든 것을 무 자르듯 흑과 백, 선과 악으로 나누기 모호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엔 '진짜 나쁜 사람', '못된 사람',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도 있다. (물론 이 카테고리에서 최악의 범죄자는 제외하기로 한다... 그들은 단순히 나쁜 것을 떠나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정말 '못됐다'라고 생각되는 인물을 보며, 저런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하던 와중 황야의 마녀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 기사를 보게 된 것이다. 황야의 마녀는 주인공 소피에게 무지막지한 짓을 한 나쁜 악역이다. 하지만 이제보면 극 안에서 그만의 역할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소피가 여행을 떠나서 하울과 만나게 해준 것도 결국 마녀의 저주 덕분이 아니였던가...
인생을 살아가며 상황을 좀더 폭넓게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단순히 액면가로 상황이나 인물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생각보다 상황의 본질을 깊게 보지 못한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 특히 미디어가 주는 정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빙산의 일각이다. 어떻게 하면 진실에 좀더 다가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진실을 볼 수 있을까? 최근 자주 들었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