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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혜민 Jul 30. 2020

매일 심장이 만져지는 일

[일간 이슬아] 구독 후기

[일간 이슬아] 2020년 봄호를 구독했다. 


연재가 끝났다는 메일을 받으며, 역시나 구독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앞서의 경험들에서 쌓인 노하우일까, 모든 진행이 정말 매끄러웠고 과정을 설명하는 언어들이 정말 섬세했다. 때로는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자세한 설명이 붙어 있었다. 그것이 아마 다른 유사한 시도들과 [일간 이슬아]가 한끗 다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감히 짐작해 보았다.


모든 글이 다 좋았다. 이슬아 작가가 일상을 서술하는 방식, 그리고 친구를 소개하는 방식이 너무 따뜻했다. 젊은 작가라 하면 왠지 시니컬해야 할 것만 같은데, 이슬아 작가는 자신의 약한 면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었다. 이런 이야기까지 들어도 되나, 내가 뭐라고, 하면서 살짝 뒤로 물러나야 할 것처럼 느껴지게 할 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이 쓰는 사람이었다.

구독을 해보지 않고서 그의 방식이나 실력에 대해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매일 아침 메일함에 도착해 있는 메일을 확인하면서 나는 조금씩 “[일간 이슬아]에 대해 안다”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어갔다.


어쨌든 타인이 쓴 글을 매일 읽는다는 것은 정말로... 타인의 손에 심장이 직접 만져지는 기분이었다. 소름끼치는 비유지만 정말이다. 나도 예측할 수 없었던 깊이까지 건드려지는 기분이었고, 생각보다 불쾌하지 않았다. 그 사람의 내면을 내가 보게 된 건데, 왜 내 내면을 그 사람에게 보여준 듯한 기분이 들게 되는 걸까.

이것은 역시 그가 나의 동년배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기분일 것이다. 똑같이 2014년 4월 16일을 쓰라리게 기억하기 때문에, 공장식 축산을 줄일 방법을 고민해왔기 때문에, 생면부지의 타인들 앞에서 “젊은 여자”라는 기호로만 존재해 봤기 때문에, 하지만 “젊은 여자”라서 알 수 있는 것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해봤기 때문에, 나도 그를 모르고 그도 나를 모르지만, 아주 조금만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만큼 가까이 서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단순히 “좋았어” 또는 “재밌었어” 라고 서술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상을 주는 경험은 그렇게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일간 이슬아]는 내게 그런 복잡한 경험이었다. 몹시 귀중하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굉장히 평범하게 생각되기도 하고,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어느 부분이 특히 천재적인지는 잘 모르겠기도 하고... 

그래서 더 좋았다. 복잡하고 불가해한 것들 덕분에 세상은 조금씩 더 아름다워진다. 내가 [일간 이슬아]를 구독하든 안 하든 앞으로도 계속 세상은 아름다워질 것이다. 내가 모르고 있었던 동안에도 계속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굳이 욕심을 내보자면, 이왕이면 내가 그 아름다움의 자장 속에 존재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아마도 나는 다음번에도 [일간 이슬아]를 구독할 것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시간을 사는 이슬아 작가와 그의 친구들이 내 내면을 헤집어 놓을 수 있게 할 것이다. 거기에서 발견되는 무언가가, 다시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도록.


ⓒ 이슬아 https://www.sulla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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