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민혜민 Jul 30. 2020

주저하지 않는 림 킴의 음악

림 킴(Lim Kim)의 'SAL-KI'(2019) 가 갖는 의미



음악을 듣고 향유하고 그것을 삶과 연결짓는 과정 속에서 ‘공유’가 빠질 수는 없다. 내가 듣고 좋으면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되고, 그 음악이 내 인생의 일부를 바꿨듯이 그 사람(들)의 인생도 약간은 바꿔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럴 때 나의 태도는 주로 “헤이 츄라이 츄라이!* 한 번 시도해봐, 아님 말고!” 같은 가벼움인데, 강요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나는 바로 거북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그런 느낌을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나 림 킴은 다르다. 림 킴의 음악만큼은 “무조건 들어! 당장 듣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야!” 같은 강경한 태도로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림 킴은 음악에 자기 자신을 그대로 녹여 넣고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음악이 아니라, 자기 안에 끓어오르는 것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벼리고 담금질하여 만든 칼날과 같은 음악이기 때문이다. 영혼이 담겨 있는 음악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헤이 츄라이 츄라이! : 허영만의 <식객> 중 한 장면을 패러디, try 해보라는 의미 (더 자세한 해설은 다른 블로그 참고)  




‘아, 나한텐 무한한 잠재력이 있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 그래도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주체가 본인이 됐을 때 좀 더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위 인터뷰를 통해 처음 림 킴의 컴백이 알려졌을 때, 그가 발표한 컴백 싱글 ‘SAL-KI’가 공개됐을 때, 앨범을 발매하는 비용을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으로 마련했을 때, 결국 만들어진 앨범 <GENERASIAN> 이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수도 없이 놀랐고 감탄했고 기뻐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낯설어했고 당황했고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그렇지만 림 킴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시안-아메리칸-여성 으로서의 감정과 크리에이티브를 그야말로 폭발시켰다. 그가 쓴 가사는 그대로 슬로건이 되기 충분하고, 그가 만든 슬로건은 그대로 우리 세대 여성들의 지향점이 되기 충분하다. 'SAL-KI'의 가사 “I’m unfuckable creature / Not a young average school girl” 은 미국에서 체조국가대표 팀 닥터로 있으면서 상습적 성폭력으로 수많은 여성들에게 피해를 입힌 가해자의 2018년 재판에서 한 생존자가 했던 말을 떠오르게 만든다. “Little girls don’t stay little forever. They turn into strong women that return to destroy your world.” (여자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강한 여성으로 변해 너의 세상을 박살내러 돌아온다.)


'unfuckable creature' 슬로건 티셔츠를 입은 황소윤, 림킴, 고가영


림 킴의 음악은 젊은 여성들의 몸을, 창의력을, 감정을, 옷차림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려 하는 남성들에게 내리는 최후통첩이다. 림 킴의 음악을 듣고 마음이 불편하다면 왜 그런지 다시 돌아보라. 마음이 통쾌하다면 그 역시 왜 그런지 다시 돌아볼 만하다. 이렇게 듣는 이의 내면을 까뒤집고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인 림 킴이 어째서 그동안 이런 음악을 하지 못했을까, 그걸 반성하지도 않은 한국 음악계가 여전히 여성들의 지지를 원한다면 그건 부끄러운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여자 아이돌이 여자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