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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May 06. 2024

온전한 편안함

편안한 상태에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편안한 상태에 온전히 내가 있어본 적이 언제였더라?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라도 생각해 봐야겠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어도 알 수 없는 공허함과 무력함 그리고 불안함이 늘 공존한다.

이러한 알 수 없는 느낌들이 사라진다면, 과연 나는 온전하게 편안한 상태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긍정도 부정도 아닌 머릿속 떠도는 생각과 감정들은 복잡하고 어렵기만 하다.


표면적으로나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아니라 무언가 해결책을 찾기도 애매하다. 이러한 결의 뜬구름 같은 생각들은 결국엔 알 수 없는 것들이라,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런 생각들을 멈추기 위한 작은 행동을 시작한다.


가장 처음으로 감사노트 쓰기, 밥 먹기, 산책하기 등 일상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모두 '해야 할 일' 목록에 추가하며 다이어리를 써나간다. 그리고 가장 쉬운 거부터 해나가며 하나하나 지워나간다. 그렇게 침대에서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고 환기를 시켜 시원한 바람을 들이마시고 나면 조금 기분이 나아진다.


나는 이 순간 아주 조금 편안함을 느낀다.


보통 휴일에는 아침은 간단히 먹는 편이다. 아침엔 그냥 좋아하는 빵을 조금 데워 커피와 함께 책상 위에 올려둔다. 일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이렇게 아침 준비를 마치고 가지런히 놓인 음식을 보면 살짝 허기진 배가 나를 재촉한다. 그러나 나는 잠시 멈추고, 창 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잠시 넋을 놓고 향긋한 커피 향을 느껴본다.


이 순간에도 조금 편안함을 느낀다.


엄마와 통화를 한다. 아침은 무엇을 먹고, 오늘은 무엇을 할 예정이며 또 잠은 잘 잤는지 등등 일상 대화가 오간다. 짜증과 걱정 그 사이의 모든 대화 속에서 오늘도 사랑하는 가족들은 잘 지내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때때로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어린애처럼 투정도 부리고 때를 쓰기도 한다. 알면서도 웃어주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깊은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이 순간에 편안함을 느낀다.


산책을 하면 거리와 함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상점들 그리고 강아지나 비둘기 등 동물들까지 볼거리가 다양하다. 나는 종종 사람들을 관찰한다.

사이가 좋은 커플들, 운동을 끝내고 돌아가는 학생들, 미용실 안에서 수다를 떠는 아주머니들, 배달할 음식을 기다리는 라이더분들, 혼자 무언가에 집중해 열심히 노트북을 두드리는 사람들까지.. 여러 가지 모습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각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괜히 애정이 간다. 왜인지 모르게 이들은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이렇게 좋아하는 커피를 손에 들고 걷다 보면 나의 산책은 마무리된다.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애초에 '온전한 상태'는 없을 수 있다. 이를 발견하고자 애쓰다 보면 그렇지 못한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며, 결국 나는 없는 것에 집중하게 되어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 나는 그저 일상 속의 작은 부분에서 잠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렇게 충분히 편안한 삶을 살고 있음에 오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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