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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기댈 곳이 필요하다

by 코끼리


나는 스스로를 꽤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필요한 일은 해왔었다.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은 영리하게 책과 사람, 인터넷에 도움을 구하며 채워나갔다. 때때로 난감한 상황에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균형을 잡으며 조금씩 힘을 키워왔다.


그러다 보니 나는 힘들다 피곤하다 아쉽다 후회한다 등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했다. 커 가면서 돈도 벌고 부모님과 독립해 살다 보니 더더욱 그럴 일이 사라졌다. 나는 껄끄러운 것들은 속으로 삯이며, 그러한 상황은 충분히 이겨내고 감당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약해보이기 싫었던 것은 나의 자격지심 혹은 타고난 기질이 그러했을 수도 있었다. 이유야 어찌 됐던 나는 성장하면서 그런 사람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이별한 친구를 지켜보며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


'누구에게나 기댈 곳이 필요하다'


그 친구도 나와 비슷했다. 하지만 조금 다른 부분은 10년 이상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것과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랜 연인과 이별은 조금 힘이 들었나 보다. 아침 일찍 단체 톡방을 깨운 친구의 힘들다는 말이 마음에 크게 닿았다. 우린 자주 카톡을 하는 사이였지만 아마도 그 친구의 기댈 곳은 오랜 시간을 함께한 그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의 기댈 곳은 무엇이었나? 과연 나는 희망, 사랑, 우정, 기쁨, 성취감, 안정감 등등 어떤 감정에서 기인한 것에 기대며 살아왔을까 생각해 본다. 그동안 수많은 목표를 가지고 써 내려간 다이어리 감사노트 그리고 음악과 영화 그리고 책들과 함께 곁을 지켜준 사람들이 떠올랐다. 연말이 다가오니 문득 그 소중한 것들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외롭거나 힘든 순간마다 나를 지탱해 준 작은 기댈 곳들에 다시 한번 조용히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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