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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Jan 07. 2023

신불산 가는 길 ㅡ간월재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 산행기 제63화 신불산ㅡ2

우리나라의 수많은 무슨 무슨 알프스 중에서 그래도 가장 알프스 느낌에 가까운 산이 영남알프스다.

오늘 예정에 없던 그 영남알프스의 중심 신불산으로 간다.

어젯밤까지의 산행 계획은 원래 화천의 용화산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간월재 가면 안 되느냐고 한다.

며칠 전 TV에서 간월재 억새평원이 나왔던 모양이다.



그래서 계획을 급변경하고 ktx예매를 했다.

영남알프스는 ktx로 가기에 좋은 산 중에 하나다.

ktx울산역에서 가지산, 신불산, 간월산, 영축산, 능동산, 운문산 등 영남알프스에 포함된 산군의 어느 산을 가든지 15000원 내외의 택시비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불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간월산장 주차장에서 공룡능선으로 오르는 게 가장 보편적이다.

그렇지만 소풍 가듯 걸을 수 있는 억새길을 기대하고 있을 아내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임도길을 택했다.

오전 9시 20분 울산역.

택시를 타고 간월재에 오르는 가장 편한 길이라는 배내고개로 향했다.

배내고개에는 대중교통인 버스도 있고 승용차 주차장도 있다.

택시에서 내려 간단히 준비를 하고 임도에 올라서자 건너편 천황산과 재약산의 웅장한 모습이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웅장하기만 한 게 아니라 가을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가을의 운치가 가득한 임도에는 평일인데도 산객들이 많았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얼마나 많을까? 



배내고개에서 간월재로 오르는 임도길은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이다.

산책하듯 쉬엄쉬엄 가을길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그렇게 임도를 1시간째 걷는다.

배내고개에서 간월재까지는 임도길로 6km다.

그런데도 힘들거나 지루한 줄 모르고 2시간 이내에 걸을 수 있는 평범한 난이도다.



거리는 멀지만 경사도가 완만하고 멋진 조망을 보면서 오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오늘은 하늘 풍경까지 좋아서 알프스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풍경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임도의 단풍이 절정을 이룬 구간을 지나간다.

화사한 단풍으로 치장한 이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반대쪽 조망이 펼쳐질 것이다.



그렇게 산모퉁이를 돌아서자 방향이 바뀌면서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역시 이쪽 풍경도 알프스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풍경이다.

아무튼 풍경의 절반은 하늘이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이제 간월재가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길은 지금까지와는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그렇게 산모퉁이를 돌아서자 신불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오른쪽 사진 신불산의 왼쪽 아래가 간월재다.



드디어 간월재 억새평원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우와~' 하는 아내의 탄성이 터지는 순간이다.

배내고개를 출발한 지 휴식시간을 포함해서 1시간 50분 만이다. 



간월재는 간월산과 신불산 사이의 고개다.

옛날에는 '왕방재, 왕뱅이 억새만디' 등으로 불렸다고 한다.

백악기시대에는 공룡들의 놀이터이기도 했으며 호랑이나 표범 같은 맹수들의 서식지이기도 했다고 한다.



알프스 산장을 닮은 간월산장이다.

지금은 영남알프스의 관문으로 낭만적인 여행 명소가 되었지만 옛날엔 우리나라의 여느 고개들처럼 애환이 서린 고개였다.

배내골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넘던 고개이기도 했으며 울산의 소금장수가 소금 지게를 지고 넘었던 고개였다.

장날이면 언양의 소장수는 소를 끌고 넘었고, 장꾼들은 팔 물건을 이고 지고 넘었던 고개다.



언양 쪽에서 올라오는 임도길이다.

옛날 애환이 서린 길이 지금은 화려한 단풍의 낭만길이 되었다.



그리고 언양 쪽 조망이다.

등억리 풍경이 알프스스럽다.

고개에 올라서자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댔다.

아직 가을이 한창이지만 간월재의 바람은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간월재의 억새평원 억새는 시기가 조금 지난 듯 하지만 간월산 쪽 단풍은 최고의 절정을 뽐내고 있다.



소풍 오듯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올라온 많은 사람들이 알프스풍의 풍경을 배경 삼아 저마다의 인생 샷 담기에 여념이 없다.

저분들, 모든 것이 완벽한 인생샷이 되었을 듯하다.


간월재 억새평원이다.

무려 5만여 평의 면적에 일렁이는 은빛 물결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 장관 앞에서는 사람은 한낱 소품에 불과하다.



간월재 억새평원은 900m 높이의 고개 정상에 있기 때문에 억새를 배경으로 한 알프스풍의 풍경이 특히 일품이다. 



간월재와 그 너머 간월산이다.

우리나라 고개들 중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고개가 또 있을까?



목가적인 풍경의 간월재를 뒤로하고 이제 신불산으로 오른다.

간월재에서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영남알프스에 조성된 하늘억새길의 '억새바람길'구간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신불산 산행 이야기는 다음 '신불산 편'에서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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