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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Aug 12. 2023

백운계곡으로 유명한 포천 백운산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 산행기 제98화 포천 백운산

백운산.

백운산은 산꼭대기에 흰 구름을 이고 있는 산이란 뜻을 가진 산이다.

산이름으로는 그만한 이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이름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전국에는 백운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무려 50곳이나 있다고 한다.

그중에는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도 3곳이나 들어가 있다.

광양의 백운산, 정선의 백운산, 포천의 백운산이다.

그중에서 오늘은 포천의 백운산을 오른다.

포천 백운산의 보편적인 등산로 입구는 흥룡사 깃점과 광덕고개 깃점이 있다.

그중에서 나는 흥룡사에서 시작한다.

흥룡사에서 시작하는 등산로 초입은 그 유명한 백운계곡 지류를 끼고 시작된다.

계곡으로 유명한 산답게 산길에 들어서면 물소리가 경쾌하다.

주차장에서 200 여 m 쯤 그 경쾌한 물소리와 함께 걷다 보면 계곡길과 산길로 나뉘는 첫 번째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에서 백운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산길을 택해야 한다.

정상으로 오르는 가장 안전하고 잘 조성되어 있는 등산로이기 때문이다.

숲이 울창한 산길에 들어서자 여름 숲 특유의 숲향기가 향기롭다.

숲향기 그윽한 산길에 들어선 지 10 여분.

이제 비교적 완만하던 산길은  본격적인 급경사 구간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아직은 큰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는 난이도다.

뿐만 아니라 숲이 우거져 있어서 햇볕걱정 없이 음이온 샤워를 하면서 오를 수 있어서 좋은 길이다.

아무튼 여름엔 숲길이 최고다.

산행 시작 후 700m 지점이다.

여기서부터는 길게 이어지던 급경사 구간이 끝나고 간헐적 급경사 구간으로 바뀐다.

적당한 높이의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간헐적 급경사 구간은 오히려 산행의 묘미를 더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첫 번째 조망점이다.

조망이 거의 없는 백운산의 몇 안 되는 조망점 중에 한 곳이다.

산행시작 1시간쯤이 지난 지점이기도 하다.

지금부터는 이제 완만한 능선길로 이어진다.

능선길이지만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는 아기자기한 길이다.

그 능선길에는 앙상하게 드러난 뿌리가 많았다.

뿌리의 길이다.

길을 이루고 있는 뿌리들, 어찌 보면 아름답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이제 잠시 암릉길을 지나간다.

흙산인 백운산에서 만나는 바윗길.

다른 산에서는 지겨울만한 길이지만 백운산에서는 밋밋함을 달래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바위가 마치 식탁 같다.

어떻게 인위적으로 잘라놓은 것처럼 네모 바위가 되었을까?

아무튼 모든 자연은 신비롭다.

그리고 아름답다.

그리고 다시 한번 조망점을 지나간다.

1코스에서의 마지막 조망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뿌리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바위구간이다.

마치 춤추는듯한 뿌리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만 어찌 보면 생존의 몸부림을 보는듯해서 나무들이 안쓰러워 보이는 장면이다.

저 환경에서 얼마나 더 살아낼 수 있을까?

산행 시작 후 2.7km 지점이다.

2시간째 오르는 중이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

기진맥진한 몸.

그렇지만 이 또한 여름 산행의 묘미다.

아무튼 그래서 휴식도 취할 겸 정상에서 먹어야 할 점심을 여기에서 먹는다.

점심을 먹고 다시 정상을 향해서 가는 길.

산철쭉 잎이 햇빛에 반사되어  꽃처럼 아름답다.

빛은 역시 색의 마술이다.

흥룡사에서 정상까지는 4km 남짓이다.

그중에 이제 2/3 지점을 통과하는 중이다.

백운산은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경사도는 완만해진다.

그래서 밋밋하기 쉬운 완만한 산길에는 간간이 나오는 이름 없는 기암들이 지루함을 달래주고 있었다.

자연의 자연스러운 조화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의 독특한 기암이다.

마치 누군가 뭔가를 조각해 놓은 것 같다.

다른 바위산에서는 그냥 지나쳤을 바위도 바위가 많지 않은 백운산에서는 눈길이 간다.

신비한 모양의 연리목이다.

서로 다른 두 나무가 한 뿌리에서 살아가고 있다.

잘된 건 내 탓, 잘못된 건 네 탓.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우리나라 정치도 이렇게 한 뿌리에서 튼실하게 살아가는 나무처럼 화합하며 경쟁했으면 좋겠다.

짠~

드디어 정상이다.

산행 시작 후 3시간 만에 정상에 선다.

흥룡사에서 정상까지는 4km로 2시간 반쯤이면 오를 수 있는 난이도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중간에 점심을 먹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워낙 천천히 올랐기 때문에 3시간이 걸렸다.

백운산 정상은 해발 903m로  전형적인 육산의 정상 형태를 하고 있다.

그래서 900m급의 비교적 높은 산이지만 조망이 완전 제로다.

그래도 정상에서는 확 트인 조망이 있어야 제멋인데...

아무튼 아쉽다는 생각을 하면서 바로 하산길에 든다.

정상 바로 옆에 있는 쉼터다.

평일이라서 넓은 쉼터가 오직 우리 부부 차지다.

정상에서 쉬지 않은 대신 여기에서 잠시 쉬어 간다.

하산은 봉래굴 방향으로 한다.

그런데 사실 여기서부터 잘 못 되었다.

등산로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거칠고 위험한 길이었던 것이다.

봉래굴이 있는 바위 절벽이다.

여기서부터 계곡까지는 2km쯤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그 2km가 엄청나게 험한 내리막 길이다.

더군다나 길도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은 길이다.

봉래굴은 거대한 바위 밑에 성인 두 세명쯤 들어갈 수 있는 볼 품 없는 조그만 굴이다.

조선 전기의 문장가로 알려진 봉래 양사언 선생이 머물렀다고 해서 봉래굴이라 불린 듯하다.

문자 그대로 천신만고 끝에 계곡에 내려섰다.

그런데 계곡을 끼고 가느다랗게 나 있는 등산로도 엉망이었다.

아무튼 이제 시원한 계곡과 함께한다.

수량도 풍부하고 물도 맑은 백운계곡이다.

지치지 않았다면 사진 놀이 하기에도 좋을 듯하다.

아무튼 체력에 한계를 느낄 만큼 힘들고 지루한 하산길이다.

그나마 청명한 물소리가 조금이나마 기운을 북돋아 준다.

흥룡사 대웅전이다.

체력이 완전히 바닥날 때쯤 흥룡사에 도착했다.

사실상 산행이 끝나는 지점이다.

흥룡사는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져 오는 천년고찰이지만 현재의 사찰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다.

▲등산코스: 흥룡사 ㅡ봉래굴 삼거리 ㅡ정상 ㅡ봉래굴 삼거리 ㅡ봉래굴 ㅡ백운계곡 ㅡ흥룡사(총 8.7km. 점심시간 포함 아주 천천히 5시간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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