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
그냥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주 잘하지는 못해도 웬만큼은..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우선은 ppt 제작하는 게 만만치 않았다.
십수 년을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글을 쓰고 사진 찍고
거기서 생성된 이미지들을 보고 즐기고..
그러다가 오랜만에 노트북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노트북도 이전에 쓰던 데스크톱 PC 하고 달라 영 손에 익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가 정말 정말 힘겨웠다.
우선은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선별해 노트북에 옮겨 저장하는 일부터 끙끙대기 시작했다. 어떤 자료를 담아내고 정리해야 하는지 하나를 겨우 하고 나면 다음 작업에서 걸리고 막히고..
다운로드한 동영상들을 옮겨놓자니 이런 문구가 표시되면서 자꾸 오류가 났다.
“지원되지 않는 파일입니다.”
“작업에 문제가 보이니 복사해 저장이 요구됩니다.”(정확하진 않지만 뭐 이런 내용이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ppt 제작하는 일에 매달렸어도 성과는 보잘것없었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엄치기’였다. 무작정 이렇게 해당앱을 열어서 주먹구구식으로 하려 하다니..
그것도 발표날을 며칠 앞두고! 자료정리도 안된 상태에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내가 바로 그랬다!
오늘 그렇게 어설프게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나서는…
낭패감에 젖어 스스로를 다독이느라 인스타에 이런 내 심경을 담아 동료가 찍어준 사진과 함께 올렸더니..
사실을 모르는 친구들은 멋지다는 댓글을 단다.ㅠㅠ
참~ 이게 바로 소셜미디어의 함정이다. 드러나는 이미지는 진실을 왜곡시킨다.
한 사람을 화려하게 포장하기도! 반대로 저 밑바닥으로 떨어뜨리기도!
아~~~~
정말 심난스럽다.
어쨌든 요 며칠 늙어서 학교 다닐 필요 없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뭐든 평가받아야 하니 잘 해내야 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애써야 하고~
그런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라서!
그저 재미로 여기저기 다니면서 보고 듣고 즐기다가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그래도 그러려니 용납되고 또 새로운 재미를 쫓아 살아갈 수 있는 시니어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 건지!
어쨌든 오늘의 세미나는 끝났고
난 또 잊어버리고 덤덤하고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평소대로! 유쾌하게!
다만 오늘의 부끄러운 사건을 통해 이거 하나만은 명심하고 실행에 옮길 일이다.
언제라도 내 인생의 여행기를 ppt 파일에(?) 담아내고 발표해 낼 수 있도록
나의 일상을 정리 정돈하자! 매일! 미루지 말고!
그래서 늦은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렇게 헛헛한 마음을 추스르고 끙끙대며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