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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Aug 24. 2021

파도 밑에 펼쳐진 또 다른 세상

생각보다 더 화려하고 활기찬 세상


햇빛을 받아 형형색색 반짝이는 산호들,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작은 물고기들. 스노클링을 하면 반짝이는 파도 아래 숨겨진 오키나와의 아름다움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오키나와에 와서 제일 즐겼던 취미 생활은 바로 스노클링이다. 스노클링 (snorkeling)은 말 그대로 스노클+ing로 만들어진 말인데, 수면에 머리가 잠긴 상태에서도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주는 스노클이라는 대롱을 입에 물고 바다를 유영하는 레포츠이다. 스노클은 '바닷속에서 숨 쉴 수 있는 자유'를 주었고, 나는 이 자유를 하나도 남김없이 바다를 즐기는데 쓰는 것에 집중했다.


목적지를 향해 부단히 몸을 움직이는 수영과는 다르게, 스노클링을 하는 동안에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가끔은 발차기도 없이, 수면 아래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되었다. 나에게 스노클링은 바쁜 일상으로부터의 휴식이고 일종의 명상이었다. 스노클을 물고 있는 동안만큼은 논문, 실험, 졸업 등 다른 생각 하나 없이, 스노클을 통해 오고 나가는 내 숨과 파도 아래 펼쳐진 산호초 세상만 오롯이 생각했다. 


찰랑거리는 파도 아래에서 따뜻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형형색색의 산호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언제까지나 이렇게 물에 둥둥 떠서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실제로 경희는 스노클링 하느라 바다에서 도통 나오지 않으려는 나를 끌어내느라 애를 많이 썼다). 가끔은 스노클링을 하다가 비를 만나기도 했는데, 그런 날엔 또 파도 아래에서 지켜다 본 수면으로 떨어지는 비가 만들어 내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맑은 날엔 파도를 뚫고 내려온 햇빛이 화려한 색상의 산호를 비추는 것을 볼 수 있다. Photographed by Brocken Inaglory.


바다가 너무 차가웠던 봄, 겨울을 제외하곤 스노클링은 주말의 일상이었다. 주말 아침,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스노클링 하기 좋은 날씨인지 살피는 것이었다. 기상예보를 찾아보며 파도가 높진 않은지, 간조/만조 시간은 언제인지, 블루 케이브와 같은 유명한 스노클링 장소가 오늘 오픈했는지를 확인했다. 


경희로부터 스노클링 Go 사인이 떨어진 날이면,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집 앞 해변으로 스노클링을 하러 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집 근처에서도 화려한 산호초와 그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집 앞 해변 스노클링으로만 보내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은 날엔 블루 케이브나 아포가마 등 우리가 좋아하는 스노클링 명소로 떠나 몇 시간을 놀다 오곤 했다.


스노클링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렇게 산호가 아름다운지, 그리고 이렇게나 다양한지 몰랐다. 그리고 하나 더 놀랐던 것은 산호초 세상이 생각보다 꽤 시끄럽다는 것이다. 산호를 쪼아 먹는 물고기들이 내는 '톡톡'소리가 제법 크게 울렸다. 해변에선 파도밖에 못 봤는데 그 아래에도 이렇게 화려하고 시끄러운 세상이 있었구나.


요즘도 가끔 오키나와에서의 스노클링 기억을 떠올려본다. 내 몸을 감싸고 흐르는 시원한 바다와 종아리부터 등, 목까지 비추는 뜨거운 햇살이 상상 속에서 다시 한번 느껴진다. 이 지긋지긋한 역병이 끝나는 날, 오키나와로 날아가서 스노클링 해야지.

 



스노클링을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스노클링 준비물


당연히 스노클과 마스크가 필요하다. 그리고 수영실력과는 상관없이 구명조끼 혹은 웻수트를 꼭 입자. 오리발을 준비한다면 한결 편하게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오리발 없이 나간다면 아쿠아슈즈라도 꼭 신고 나서자. 오키나와 해변에는 뾰족한 가시가 있는 성게가 많아서 맨발은 위험하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준비물을 준비해 가지 못했다면 현지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아쿠로스와 같은 전문점에선 고급 제품을 살 수 있지만 여행 중 가볍게 쓰기에는 가격대가 있는 편이다. 조금 저렴하게 구입하려면 슈퍼마켓이 좋다. 특히, 타바타 (Tabata, タバタ)에 가면 스노클, 마스크, 오리발, 아쿠아 슈즈 등 조금 저렴한 가격의 물놀이 용품들을 찾을 수 있다. 중고도 상관없다면 2nd Street와 같은 중고용품점을 들리는 방법도 있다.


현지에서 물놀이 장비를 살만한 곳


아쿠로스 (AQROS). 다이빙, 스노클링 등 다양한 워터 스포츠 용품 전문점이다. 괜찮은 질의 제품을 찾는다면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가격은 조금 있는 편이지만 동일 모델을 한국에서 살 때보다 싼 경우도 있다.

>> 주소: Ginowan, Oyama, 7 chrome−10−27 マリン支援センタ 2F


타바타 (Tabata, タバタ). 오키나와 여기저기에 있는 슈퍼마켓/잡화점. 조금 저렴하게 물놀이 용품을 살 수 있다. 그 외에도 캠핑용품을 비롯해서 다양한 잡화들을 취급한다. 

>> 주소 (카데나 점): 372-2 Kaneku, Kadena, Nakagami District


세컨드 스트리트 (2nd Street). 중고 제품 가게이다 보니 지점마다 보유하고 있는 물건이 다르다. 물놀이 용품 코너에선 스노클, 마스크, 오리발뿐 아니라 서프보, 바디보드 같은 것도 보인다. 

>> 주소 (우라소에 점): 248 Minatogawa, Urasoe



스노클링 - 어디서 할까?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해변을 보면 만사 제쳐두고 뛰어들고 싶은 마음은 100% 이해하지만, 바다에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배가 다니는 길일 수도 있고, 산호초가 끝나는 곳에서 갑자기 깊어질 수도 있고, 조류가 있어서 나도 모르게 해변으로부터 먼바다로 멀리 떠내려 갈 수도 있다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다). 안전을 위해서 사람들이 보이는 곳에서 스노클링을 하자. 아래에 추천 스노클링 장소도 고심해서 골라보았으니 참고.



산호 그리고 자연보호


산호를 밟지 말자. 짐짓 단단해 보이는 돌이나 바위처럼 생긴 산호를 보고 발을 딛고 올라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지 말자. 산호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참고로 산호는 동물이다), 많은 해양생물의 터전이다 [1]. 그리고 가끔은 산호를 밟고 있으면, 물고기들이 물어서 상처가 나기도 한다 (자기 집을 침범하니까 나라도 그러겠다).


오키나와에서 있었던 1년여 동안 같은 장소에 여러 번 스노클링을 다니다 보니, 산호가 훼손되는 것이 확 체감될 정도였다. 특히 블루 케이브나 마에다 플랫과 같이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곳에서 산호가 많이 죽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 제발 물에 들어가서 산호를 밟지 말자. 웻수트나 구명조끼가 있으면 힘들게 수영하거나 산호를 밟을 필요 없이 물에 둥둥 떠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


[1] 산호와 산호를 보호하는 일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Netflix의 "산호초를 따라서 (Chasing Coral)"라는 다큐멘터리를 적극 추천한다.
백화 (bleaching)된 산호들. 하얗게 죽어가는 모습이다. Photographed by Acropora



조심해야 할 바다 생물들


오키나와 바다에도 독이 있거나 공격성이 있는 물고기들이나 해파리가 있다 [2]. 함부로 다가가거나 만지지 말자. 바다뱀은 생각보다 흔히 보인다. 온순한 성격이라곤 하지만 독이 있는 녀석이다. 타이탄 트리거피쉬는 공격성이 강한 물고기다. 간혹 뿔을 세우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땐 자기 영역을 지나는 것들을 더 열심히 쫓아오는 시즌이니 조심해야 한다. 라이언피쉬 (Lionfish)가 물속에서 화려함을 뽐내는 모습을 보면 조금 더 다가가서 보고 싶은 맘이 들 수 있지만, 이 녀석도 독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물놀이를 마치고 나왔는데 붉은 반점이 생기는 경우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해파리나 산호에게 쏘인 독 때문일 수도 있다. 심하다면 병원이나 약국을 가자.


[2] 구글에 검색을 Dangerous sea creatures in Okinawa 등으로 검색하면 많은 곳에서 그림과 설명을 찾을 수 있다. 스노클링을 하기 전에 한 번쯤은 보고 가자.


바다뱀, 라이언피쉬, 타이탄 트리거피쉬. Photographed by Jan Derk, jayhem and Craig D at Wikipedia



이렇게 설명하면 오키나와의 바다는 위험한 동물 투성이로 들어가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것 마냥 비치지만, 산호와 물고기, 아름다운 바다 동물들을 멀리서 관찰하며 유영한다면 충분히 목숨을 걸만하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우리가 사랑한 오키나와 스노클링 명소


아름다운 산호초로 둘러싸인 오키나와. 많은 스노클링 명소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우리가 특히 더 사랑한 장소들을 소개한다. 우리 부부가 살던 곳이 오키나와 중부라, 대부분의 장소가 중부인 점은 양해 바란다. 참고로, 바다를 바라보았을 때, 바닷물 색깔이 에메랄드 빛이면 아래가 모래일 확률이 높다. 모래보다는 산호로 뒤덮인 지형에서 더 많은 물고기와 만나며 스노클링을 더 재밌게 할 수 있다.

 


블루 케이브 (Maedamisaki, 真栄田岬 - 중부)

블루케이브.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하러 온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사진 오른쪽 푸른 깃발은 오늘 Open to Everyone이라는 의미.

오키나와 스노클링 장소 중에서 제일 유명한 곳이다. 항상 여행객과 그들을 인솔하는 현지 가이드들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 여기는 날씨의 영향을 받는 곳으로, 입장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을 하고 가면 좋다. 전용 주차장과 유료 샤워시설이 있어서 편하게 이용 가능하다.


>> 주소: 469 Maeda, Onna, Kunigami District

>> 홈페이지: http://www.maedamisaki.jp/en




마에다 플랫 (Maeda Flat - 중부)


마에다 플랫은 블루 케이브 바로 옆에 있다. 웬만한 날씨에도 들어갈 수 있고, 깊지 않은 곳에서도 많은 물고기를 볼 수 있어, 아이와 같이 오거나 초보자들에게 추천하다. 블루 케이브는 스노클링을 하지 않을 사람들이 쉴 곳이 마땅찮은데, 마에다 플랫은 해변이 있어서 좋다.

 

>> 주소: 블루 케이브 주차장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수풀 사이로 작은 오솔길이 있는데 이를 따라 내려온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쉽게 찾을 수 있다.



고릴라 촙 (Gorilla Chop, ゴリラチョップ - 북부)

고릴라 촙 계단. 미끄러우니 조심!

고릴라가 가라데의 당수 (촙)을 하는 모양의 바위가 있다 (정말 그렇게 생겼다!) 북부에서 가기 좋은 스노클링 장소로 특히 연산호를 많이 볼 수 있다. 다이버들도 많이 찾는 지역이라 주차장과 샤워시설도 구비되어 있다. 내려가는 계단이 미끄러우니 주의할 것. 


>> 주소: Sakimotobu, Motobu, Kunigami District
 



아포가마 (Apogama, アポガマ - 중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 아포가마는 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스노클링보다는 다이빙을 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더 많은 편.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서 그런지 다른 스노클링 사이트들보다 더 잘 보존되어 있는 산호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심이 깊고 입수 (엔트리)가 쉽진 않은 편이라 초보자에게 추천하진 않는다.


>> 주소: 4484 Onna, Kunigami District

전용 주차장은 없다. 길가에 차를 대놓고 다이빙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보일 텐데, 그 근처에 적당히 눈치껏 주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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