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주름생각
매번 나의 마음은 바뀌어 가며 시간을 살았다. 마치 폭염의 여름이 눈보라의 겨울로 천천히 변해가듯이. 마치 푸른 포도알이 검게 무르익듯이. 눈물이 웃음을 젓게 하듯이. 웃음이 눈물을 말리듯이. 마음이 하는 이 일들을 다 받아안고 살았다. 모나면 모난 대로. 둥글면 둥근 대로. p.6
주름이 많은 얼굴은 험상궂은 인상이 아니다. … 눈주름이 세필로 그린 듯 아름다운 얼굴은 더 많이 웃고 산 사람의 몫이다. 금 간 그릇에서 물이 조금조금씩 새어 나오듯, 눈에서 웃음이 살짝살짝 번지고 흘러나와 완성된 눈주름은 고혹적이다. 그렇게 나르고, 나무뿌리처럼 뻗어나간 눈주름을 보면 '아, 저이는 마음도 세월도 잘 만지셨구나' 저절로 부럽기도 하다. p.15
바람이 적어 파고가 높지 않은 날 바닷가에 나가 보았는가. 한 겹 한 겹 접히며 들어오는 바닷물을 보았는가. 잘 웃고 살아서 만든 입가의 주름은 꼭 그런 고요한 바닷가로 밀려오는 낮고 순차적인 파도를 보는 듯하다.
목은 주로 삼킨다. 밥도 울분도 삼킨다. 그러면서 목주름은 생겨난다. 곁을 보거나, 아래를 살펴 주거나, 위를 부러워하거나, 뒤를 조심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얼마나 솔직한 것인가.
주름을 펴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주름은 막을 수 없다. 우리가 해변에 서서 밀려오는 잔파도를 두 손으로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자꾸 웃는 쪽으로 나아갈 뿐이다. 우리가 그렇게 이동하면 주름도 우리를 따라올 것이다. 세월의 손 떼를 입은 주름은 항상 아름답게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