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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Jan 20. 2023

나이가 들면 아픈 것도 힘드네

나이가 그리 많지도 않지만 적은 나이도 아니다. 

이제 60을 코 앞에 두었으니 한 갑자를 살았다고 봐야 한다. 어쩌다가 코로나에 걸렸다. 지금이야 독한 감기쯤으로 격하되었으니 다행이지만 초창기 유행할 때 같았으면 입원하고 암압실에 들어가야 했을 정도로 심하게 아팠다. 그래도 그런 호들갑 없이 집에서 며칠 쉬면 되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주변에 코로나에 걸리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지더니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은 삼사일에서 일주일이 안되어 툭툭 털고 일어났다. 다들 아무것도 아니네 하는 반응이었는데, 나와 아내는 달랐다. 그야말로 죽은 시체나 다름이 없었다. 

온몸이 쑤시고 아프고 마치 몸이 땅 속에 스며들어 녹아 버린다는 느낌이었다. 

혼자 아프면 아내가 돌봐 주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둘 다 죽은 사람이 되었다. 기침도 심하고 밥도 먹지를 못하는 가련한 신세가 되었다. 

입맛조차 사라진 아내는 그야말로 뼈에 가죽만 씌워 놓은 모습이 그냥 걸어가면 강아지가 뼈다귀인 줄 알고 따라올 모양새다. 

삼사일 일도 못하고 꼼짝하지 못하다가 힘을 내어 병원에 가 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먹고 나니 조금 힘이 났다. 먹어야 사는 것이니 집에서 해 먹을 기운은 없고 고깃국을 식당에서 사서 밥을 간신히 해서 말아먹고 나니 조금 기운이 났다. 

먹지 못하면 죽는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너무 기운이 없으면 죽는다. 다른 사람들은 며칠 앓고 넘어간 코로나가 우리에게는 거의 열흘이 넘도록 지속되었다. 차츰 나아지기는 했어도 후유증이라 할까? 무기력과 피로가 늘 붙어 다녔다. 

거기에 귀가 잘 들리지 않고 눈도 더 침침해졌다. 

젊은 시절에는 독감이나 폐렴에 걸려도 그리 고통스럽지도 않았고 잠시 아프고 넘어갔다.

이번은 달랐다. 아프고 기운 없고 힘들었다. 둘이 같이 손잡고 천장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몸 상태가 조금 나아지고 나서 뜨거운 흰쌀밥에 벌겋게 끓인 소고기 국에 밥을 말아먹으면서 둘이 피식 웃었다. 아니 쓴웃음을 지었다. 

나이가 점점 더 들어가 아프면 정말 우리를 돌봐 줄 사람이 없다는 공포가 마음에 자리 잡았다. 

정말 우리가 죽은 뒤의 몸뚱이가 썩어 문 들어질 때까지도 모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슬프기도 하고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프면 마음도 약해진다. 겨울 삭풍의 바람이 창문너머 가지들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다. 마음도 바람이 힘없이 흔들린다. 

나이 먹으면 서럽다는 말을 젊은 시절 어른들에게 들었을 때는 뭐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었다.

자식 있겠다 영감할매 같이 지내겠다 먹을 것 있겠다 하며 배부른 소리 하시네 했는데 내가 나아가 들어가니 가이야기가 귀가에서 맴맴 돌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아프지 않을 수야 있겠냐마는 그래도 아프니 힘들고 괴롭고 배고프고 서럽다. 

늘 행복은 찰나고 고통은 늘 곁을 떠나지 않는 게 인생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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