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머릿속에 늘 생각이 맴돈다. 맴도는 생각 중에는 가끔 내 나름대로 그럴듯한 생각도 스쳐 지나간다. 나름 그럴듯해 보이는데 흘려 버리가 아쉽다. 그래서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
처음에는 메모가 그리 쉽지 않았다.
스마트 폰에 메모기능이 있었는데 그 기능을 사용하면 되는 것을 문명의 이기를 사용할 중 모르는 촌놈이 되다 보니 노트에 이리저리 끄적거렸다.
새벽같이 일어나 집을 정리하고 아침을 먹고(아침이라 해야 사과와 당근, 양배추 간 것이 전부) 책상에 앉았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오늘은 아내가 수영장을 갔다 와도 좋다고 한다.
야호!
나는 운동 중에 수영을 제일 좋아한다. 수영을 하면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수영을 소재로 메모를 하려고 노트를 펼쳤는데 전에 해둔 메모 한 줄이 들어왔다.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인데 내가 어느 책인지 깜박하고 적어 놓지 않았다.
메모는 아래와 같이 적혀 있다.
"지혜로운 자는 자신이 부족함을 알고 겸손하며 늘 배우는 자세를 가지는 자다.
지혜롭지 못한 자는 자신은 모든 것을 다 알며 교만하고 배우려 들지 않는 자다."
내 메모를 읽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늘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정작 중요한 생각은 흘려버리고 잊어버린다.
어쩌면 글은 생각을 모으는 은행 같은 존재인지 모른다. 언제든 꺼내 볼 수 있으니.
어쨌든 내가 지혜로운 사람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인생에서 여러 가지 어리석은 일을 많이 저질렀기 때문이기도 하고 때로는 모르면서 아는 척하기도 했다. 남에게 깔 보이기 싫어서였겠지 아마.
남 앞에서 허세를 부리는 모양도 나 스스로 지혜롭지 못한 행동이다. 모른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면 나를 깔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잘난 척 한 일도 있다.
얼마나 못난 행동인가! 인간이 가지는 가장 취약한 점 중에 하나는 허세인 듯하다.
모르면 모른다. 하는 솔직함이 오히려 상대가 나를 무시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바뀐다.
그러나 잠깐의 부끄러움은 자신의 성장에 쓴 약이 된다. 몸에 좋은 약이 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허세 부려 봤자 한 순간은 상대가 나를 대단하게 보아도 언젠가는 밑천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늘 남으로부터 아니면 책을 통해 내가 부족한 것을 채워 나가야 한다. 그리고 내가 조금 안다고 상대에게 우쭐댈 필요도 없다. 그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또 나타날지 누가 알겠나!
겸손이 쉽지는 않다. 특히 오늘을 살아가는 시대에는 자기를 내세우고 자기를 드러내어야 대접을 받는 시대이니 더 그렇다.
겸손이 미덕이라 하지만 없어진 지 오래다. 빚을 내어 좋은 차를 사고 빚을 내어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하고 좋은 옷을 사 입으려고 백화점 명품관에 줄을 선다.
남 앞에서 잘난 척하고 싶으니 말이다.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는 물질보다는 영혼이 충만되게 살아야 한다.
지혜를 얻으려면 겸손해야 얻어진다.
겸손하라고 비굴해 지라는 말은 아니다.
겸손은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
사람은 완전체가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서 배울 점이 있다. 그러니 아무리 나보다 못해 보이는 사람 앞에서도 그 사람을 인격으로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상대도 같은 마음을 가질 것이다.
어리석게 잘난척해 봐야 결국 공허함만 남는다. 알아도 너무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그 앎에서도 다시 배움의 길을 열 수 있기에 늘 자기를 낮추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게 바로 지혜로운 자의 모습이라 감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