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학생들이 '무조건 이 직무로 취업준비를 해야겠다.' 라고 마음 먹게 만드는 강력한 확신을 얻고 싶어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생각만해도 가슴이 설레는, 이 직업을 하기위해 태어난 것 같은' 이른바 '소명'에 가까운 직업확신은 대학시절에 겪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런 '소명적 확신'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직업의 선택지 중 이제는 이 직무에 집중해서 1순위로 취업을 준비해야겠다' 라고 느껴지는 '직무적합성에 대한 확신'은 충분히 내 마음먹기에 따라 대학시절에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과연 어떻게 하면 되는걸까?
정답은 아주 단순하다. '해당직무에 대한 실무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외활동, 프로젝트, 인턴십, 실습 등' 이 다 여기에 해당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필자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실무경험'은 해당 활동을 해봤다는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현업에서 필요한 역량을 유사하게 활용해 본 경험'만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마케팅팀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하루종일 복사만 했다던지, 인사팀에서 아르바이트는 했지만 문서 정리만 했다던지 하는 얕은 수준의 실무경험은 '직무 확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실무 경험' 은 어디서 쌓을 수 있을까? 사실 대기업 또는 중견정도의 회사에서 인턴을 해보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그런 인턴자리에 또 인턴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수두룩하게 지원을 하니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냐'는 유병재씨의 말이 명언이 되어서 돌아다닐만 하다.
SNL 코리아 발췌
그래서 필자는 이러한 '대기업, 중견기업 중심의 그럴 듯한 인턴십' 이 아니더라도 '실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대외 활동들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인문/상경 계열 친구들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직군먼저 살펴보겠다.
글로벌, 서비스역량 필요 직군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인문, 상경계열 친구들이 제법 많이 준비하고 생각했을 산업군인 호텔, 관광, 항공과 같은 분야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기본적으로 호텔, 관광, 항공 산업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역량과 서비스 역량을 두루 필요로 하는 직무들은 다 해당이 된다. 현재는 채용소요가 거의 없지만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될 것으로 믿으며, 도움이 될만한 실무경험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 외국인 상권에서 서비스직/안내 아르바이트 해보기
-> 예를 들면 이태원이나 명동에서 서비스직이나 인포와 같은 안내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것이다. 상담했던 학생 중에 하나는대학교 3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서비스 노하우가 잘 갖추어져 있던 경우가 있었다. 그 친구는 명동관광센터에서 관광 중 궁금한 점을 물어보러 오는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업무를 했었고, 36개국이 넘는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들을 상대하다보니 어학능력은 물론 다양한 상황별 대처능력과 서비스 역량을 향상 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한 서비스사례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었고, 대기업 호텔과 여행플랫폼회사 B2B직군에 합격했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학생은 당시 1학년이었는데, 민속촌 기념품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다양한 외국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도 만족도가 높았고 진로에 대한 확신도 뚜렷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회계, 인사 등 경영지원 직군
인사, 총무, 회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가장좋은 실무경험은 인턴이다. 하지만 인턴을 당장 할 수 없다면, '희망 부서 + 아르바이트' 로 아르바이트 또는 계약직을 검색해보길 추천한다.
* 해당 부서에서 장기 아르바이트 하기
-> 예를 들면 회계팀에 관심이 있다면 '회계 + 아르바이트 or 사무보조' , 인사팀에 관심이 있다면 '인사 + 아르바이트 or 사무보조' 라고 검색하는 것이다. 이상한 아르바이트들은 잘 건너 뛰고, 연말 정산 아르바이트나 전표 입력 아르바이트와 같은 문구가 있다면 살펴보자. 물론 해당 아르바이트에서도 '전산회계나 전산세무 취득자'를 선호하긴 하지만, 그래도 도전해 볼만 하다. 실제로 상담했던 학생 중 하나는 회계사 준비를 하다가 실패해서 늦은나이에 회계직무 취업준비를 시작했었다. 인턴을 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대기업 연말정산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경험을 잘 녹여내서 외국계 회계팀에 합격했었다.
영업, 마케팅, 영업관리 직군
어쩌면 가장 많은 인문/상경계열 학생들이 준비하고 있는 직군이 아닐까 싶은 '영업, 마케팅, MD, 영업관리' 직군! 가장 많이 희망하는 곳이기에 경쟁률 또한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데, 아마 이 직군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마케터, 서포터즈, 공모전'과 같은 대외활동은 기본이기에 그 부분은 패스하고 다른 활동들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 직접 셀러를 찾아 판매해 보기
-> 생각보다 인사담당자나 현직자들에게 먹히는 경험이다. 본인이 직접 물건을 구매하여 팔아본 경험에는 다양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일단 무엇인가를 판매하려면, 타겟 고객과 특성을 파악해야 했을 것이고 제품과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엄청난 리서치를 했을 것이다. 더 잘 판매하기 위해 홍보와 마케팅 활동을 했을 것이고, 재고관리나 셀러 관리도 해봤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영업, 마케팅, MD, 영업관리 직군에서 두루두루 이용할 수 있어 적극 추천한다. 창업 공모전을 해서 지원을 받아보는 것도 좋고, 그게 부담스럽다면 요즘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같은 곳에서는 1인 판매자로도 셀링을 할 수 있으니 참고해 보길! 우리은행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행원으로 최종합격 했던 학생 하나는 다른 경험이나 스펙은 정말 내세울 게 많이 없었다....하지만 2년간 창업을 해서 제법 많은 수익을 냈던 경험이 유일했다. 하지만 엄청난 면접 준비와 금융권 스터디, 그리고 창업경험을기반으로 열심히 준비한 결과, 그 해 엄청난 행원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었다.
* 데이터분석 프로젝트 해보기
-> 영업, 마케팅, 영업관리 직군이 마냥 크리에이티브 하고, 외향적이어야 하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기본적으로는 매출관리를 위한 엑셀 활용능력은 물론, 최근에는 그보다 심화된 데이터 분석능력이 필요하다. 사회조사분석사나 ADsP, SQLD같은 자격증이 있긴 하지만, 이런 자격증의 실효성은 아직 모호한 상황이다. 따라서 자격증까지는 없더라도 데이터분석을 통해 판매 아이디어를 제시해 보거나,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해 보았던 프로젝트를 해본다면, 데이터 분석 역량을 어필할 수 있다. 이런 프로젝트는 '창업, 마케팅' 등 다양한 공모전을 목표로 해봐도 좋고, 산학연계 프로젝트에 도전해 봐도 좋다. 또는 '국비'로 진행되는 다양한 '데이터교육' 을 수강하면 커리큘럼 안에 프로젝트가 있는 경우도 많다. 물론 프로젝트 퀄리티는 교육마다 매우 상이하기 때문에 사전정보검색이 다소 필요하긴 하다.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깊이있는 데이터분석 역량을 쌓으며 해당 직무가 나에게 맞는지도 확인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