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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저 Sep 08. 2023

먹기 전 용기가 필요해! 프랑스 달팽이 요리 도전

프랑스 여행 와서 꼭 맛봐야 할 에스카르고

미식의 나라라 불리는 프랑스. 하지만 이들의 음식이 모두 다 맛있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순전히 내 개인적인 입맛으로 평가하면 말이다. 특히 감히? 먹어볼 생각도 못하는 토끼고기, 말고기, 개구리 다리에, 동물학대로 끊임없는 지탄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인기 있는 푸아그라 그리고 살아있는 모습을 본 후 도저히 입에 넣을 용기가 안 났던 달팽이까지.



이곳에 살면서 프랑스인들의 축제나 모임에 가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음식들이니 싫든 좋든 한두 번 이상은 맛보게 되는 그들의 요리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닭발이나 순대 이런 거 잘 못 먹었던 내가 프랑스 여행 와서 꼭 맛봐야 할 진미로 꼽히는 에스카르고(불어로 달팽이를 에스카르고 escargot 라 함) 요리의 맛을 제대로 맛있다고 느끼게 된 건 솔직히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게다가 프랑스인들조차도 에스카르고를 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달팽이 외모? 나 식감이 미끄덩할 것 같은 느낌에 왠지 거부감부터 들었고, 또 하나 전용 집게와 포크를 사용해야 한다는데, 먹는 방법도 모르니 왠지 예전 영화 '프리티 우먼'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달팽이를 꺼내다 미끄러져 다른 곳으로 튕겨져 나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어 아예 시도를 해보지도 않았다. 영화 속 장면처럼 날아간 달팽이를 잡아줄 센스 있는 웨이터가 있을 리도 없고. :D




그래도 프랑스에 살면서 한 번은 먹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바뀌었던 건, 뭐든지 잘 먹는 남편과 살아 그런지 처음 접하는 음식에도 거부감 없이, 오히려 새로운 맛에 더 흥미로워하는 그를 보며 편식이 심했던 내 식성도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부터였다. 자꾸 보니 정든다고 크리스마스 명절 때마다 자주 보이는 바질향 은은한 소스가 얹어진 구운 달팽이 요리를 보면서 저절로 나도 모르게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프랑스 사는데 그래도 한 번은 먹어 봐야겠지?



생각보다 전용집게 사용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힘으로 세게 잡는 게 아니고 처음에 집게로 잡은 후에는 손에 힘을 빼면서 고정한 후 전용 포크로 안에 숨어있는 달팽이를 잡아끌어내면 되는 것이었다.


오? 보기보다 쉽네? 

집에서 빼낸 달팽이를 가까이 보니 다행히 우리나라 골뱅이나 소라의 모습과 비슷하여 거부감이 없었다. 천천히 입에 넣으며 맛을 보는데, 상상했던 것 과는 다른 맛이었다. 골뱅이나 소라보다 덜 쫄깃하고 오히려 부드러운 맛?


버터와 바질이 어우러진 소스와 달팽이의 하모니가 찰떡궁합인 것 같았다. 혀에서 맛이 괜찮다는 신호를 받은 나는 그때부터 두려움 없이 접시에 담긴 달팽이들을 계속 한 개 한 개 공략하기 시작했다.



전식으로 먹는 달팽이 요리는 보통 연탄 윗면을 연상케 하는 움푹 파인 접시에 6개 또는 12개가 서비스된다. 엉트레(전식)이기 때문에 금액도 전식보다는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 달팽이를 꺼내 먹으면서 무료로 제공되는 바게트에 바질 소스를 발라 먹는 것도 별미이다.


어머,,, 언제 이렇게 다 먹었지?

달팽이 맛에 빠져 어느새 접시에 덩그러니 빈 달팽이 집만 6개가 남아 있었다.

쓰읍,,, 입맛을 다시며,

이래서 달팽이, 달팽이 하는구나!



난 골뱅이도 못 먹는데, 무슨 달팽이 요리를...


얼마 전 한국에서 친구가 다녀갔다. 그녀는 골뱅이나 소라, 조개등을 안 먹었다. 특별히 알레르기가 있어서는 아닌 것 같은데, 좀 가리는 게 많은 식성을 가졌다. (근데 또 닭발이나 돼지껍질 이런 건 좋아한다. ㅋ)


에펠탑 부근을 돌아보고 마침 식사 때라 단골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에펠탑 근처의 식당들은 사람들도 많고, 잘 못 가면 바가지 쓰고 음식도 맛없는 곳도 많다. 그래서 이 근처에서 식사를 할 때는 그냥 안전하게 늘 가던 곳만 가게 되어서 어쩌다 보니 십 년 넘게 단골이 된 곳이다.


그녀를 대신해 주문을 하면서 에스카르고 요리도 시켰다. 그냥 맛이나 보라고 주문했다고 하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얼굴부터 찌푸리면서 자기는 골뱅이도 못 먹는 사람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뭐, 나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 그녀의 입맛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내가 다 먹으면 되지:D


단골집의 달팽이 요리는 먹을 때마다 느끼지만 신선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있어 좋다. 그리고 진한 바질향이 올라오면서 부드럽게 입안에 맴도는 풍미가 느껴지는 고소한 맛?이랄까. 아니 고소한 맛은 아닌데 아무튼 글로 표현하기 힘든 맛이다. 어떤 곳은 바질 소스가 너무 짜서 별로 인 식당들도 많은데 이곳은 심심하면서도 적당한 간이 배어 있어, 아 이래서 달팽이 요리를 고급요리라 하나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전식이기 때문에 달팽이 요리가 음료 다음으로 제일 먼저 서비스된다. 샐러드도 하나 시켰는데 그녀는 샐러드를 먹고 나는 달팽이 사냥?을 나섰다.

전용 집게와 포크로 능수능란하게 달팽이를 꺼내는 모습을 친구가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바질 소스에 바게트 빵을 살짝 묻혀 친구에게 권했다.

한 입 베어문 그녀의 눈이 커지면서 와~ 맛있네?!


바로 그녀에게 달팽이도 권해 보았다.

선뜻 용기가 안 났던지 움칫 뒤로 물러섰다.


먹어봐~ 그래도 프랑스 여행 왔는데 달팽이 요리는 먹어 봤다는 얘기는 해야 할 거 아니야,

무슨 맛인지는 알고 가야지, 안 그래?


나의 꼬임에 그녀가 넘어왔다.

멈칫 멈칫하면서 달팽이를 결국 입에 넣은 그녀.


순간 나도 모르게 숨죽이며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게 뭐라고 ㅋㅋ


어때? 생각보다 괜찮지?!


생각보다 괜찮은 맛이었는지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나쁘지 않네, 미끌미끌 이상할 것 같았는데 말이야. 소스 때문인가? 부드러운데 또 씹히는 식감이 있고, 일부러 찾아 먹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못 먹을 정도는 아니네.


그녀의 말에 처음 달팽이 요리를 먹었을 때의 내가 생각났다.

나는 먹기 전에는 좀 거부감이 있고 그랬는데 한 번 먹어보니가 괜찮더라고,, 그렇게 먹다 보니 익숙해져 그런지, 먹을수록 맛있다?! 그렇더라고.

게다가 이게 또 미용에 그렇게 좋다잖아~


알고 먹으면 좋은 달팽이 효능


프랑스와 그 외 주변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달팽이를 먹어 왔다고 한다. 현재의 부르고뉴 지방의 에스카르고 요리가 나오기 전에는 중세시대에는 가난한 지역의 주민들이 저렴하게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 식품이었고, 혁명 이후 귀족들의 요리로 발전하였다 한다. 특히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바질소스를 얹어 구우는 브르고뉴식 달팽이 요리는 프랑스의 정치가인 탈레랑(Talleyrand)의 요청에 의해 부르고뉴 출신의 셰프 마리 앙투안(Marie Antoine Careme)에 의해 탄생되었고 이후로 이 요리는 파리를 중심으로 그 레시피가 퍼져 나가며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달팽이는 단백질 외에도 좋은 성분들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우선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는데 도움을 주는 풍부한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고, 비타민 A, C, E와 같은 항산화 성분들과 염증 감소에 효과적인 오메가 -3 지방산등 피부에도 좋은 효과를 미치는 성분들이 들어 있다고 하니 먹어서 손해 보지는 않을 것 같은 달팽이 요리이다.




나도 그렇고 내 친구도 그렇고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먹기 전 용기가 필요한 달팽이 요리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한 번 그 맛을 보니 문득 생각나는 맛일 정도로 나는 이 요리가 맛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파리여행 왔는데 달팽이에 대한 거부감으로 그냥 맛도 안 보고 가기에는 너무 아쉬울 것 같다. 그래도 프랑스 진미 중에 하나로 꼽히는 음식인데 말이다.


달팽이 꺼내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러니 기회가 된다면 한번 도전해 보시길!





파리 달팽이 요리 맛집:

파리 에펠탑 부근 수프렌 레스토랑 84AV. de Suffren 75015 Paris

파리 샹젤리제 푸케츠(Fouquet's) 99AV. des champs-eleysees 75008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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