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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 나그네 Jul 12. 2020

실패(失敗)했다.고로 실(實)속있는 패(牌)를 던졌다.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삶에서 살아남는 방법

  '한마디의 말, 한 줄의 글을 통해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습니다. 시민사회로부터 권력기관과 사회 전반의 감시기능을 위임받은 언론이 시민들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해준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줄의 글과 문장이 시민들의 희망과 행복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 보겠습니다.' 아마 이 문장들을 백 번은 넘게 써보고, 면접장에서 입 밖으로 50번쯤은 말로 했던 것 같다. 20대를 돌이켜 보면 8할은 언론인이 되기 위한 수험생으로 살아갔고, 결국 기자가 되고자 했던 목표는 실패로 끝이 나고 말았다. 


  계속 두드리면 언젠가 열릴 것도 같았는데, 끝내 열리지 않았다. 될 것 같으면서도 되지 않았다. 마지막 최종면접에서 고베를 마셨던 순간은 너무도 허무했다. 언론사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최종면접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 과정을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한다 생각하면 보이지 않는 터널을 다시 통과해야 할 것 같은 심정이었고, 그런 과정을 몇 번 반복했다. 대한민국에는 굉장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고,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없었다. 좁은 문을 통과하기 쉽지 않았고, 수험생들 중 나이가 많은 편이라는 것을 점점 인지할수록 언론인이 되고자 했던 목표는 '실패'라는 단어와 함께 마침표를 붙여줘야 했다. 


  물론, 시간을 더 투자했다면 지금쯤 기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확신이 없는 싸움을 계속 하기는 어려웠다. 또, 계속되는 실패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실패 속에 허우적대기보다는 하루라도 늦기 전에 실(實)속있는 패(牌)를 던져야만 했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지만, '모든 사람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은 없었던 것 같다. 또, 꿈은 이상이라면 눈앞에 당면한 삶은 현실이었기에 현실을 꿈의 세계처럼 외면하고 지낼 수만은 없었다. 손에 들고 있는 실리적인 패를 던졌고, 언론인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무역회사의 해외영업팀에 적을 두게 됐다.


 세상은 전혀 무너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사과나무를 백 그루라도 심을 수 있을 만큼 평온했다. 언론인이 되지 못했던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 중 하나였지만, 나의 삶 역시 큰 균열은 없었다. 실리적인 패를 던졌던 덕분에 오히려 경제적인 면에서는 이전보다는 더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기도 했다. 뉴스보도에서 함께 면접 봤던 사람들의 이름이나 얼굴을 볼 때마다 조금 쓰라린 생각이 들 뿐이고, 그 쓰라림도 몇 시간 정도였지 오래 가지는 않았다. 


 대학 입시에서도 국어국문학과나 신문방송학과로 진학해야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점수에 맞춰 실리적인 패를 던져 사회학과로 입학하게 됐다. 그리고 국어국문학, 신문방송학까지 모두 복수 전공으로 공부를 했다. 덕분에 졸업 증명서에는 3가지 전공이 모두 기록될 수 있었다. 막상 입학을 해서 사회학을 접해 보니 세상살이에 온통 물음표가 많았던 나에게 찰떡같은 학문이었고, 대학 입시 실패는 어쩌면 인생에서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덤으로 배울 수 있게 만든 전화위복이었다. 


 달성하기 쉬운 일을 도전하겠다고 하며 무엇인가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은 잘 없는 편이다. 무엇인가 이루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어쩌면 인생은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을 수 있다. 다이어트만 해도 그렇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도전하지만, 성공했다는 이야기 보다는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좌절하고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그 때마다 실리적인 패를 던지면 된다. ‘보통의 노력’으로 다이어트가 한계치에 다가오는 시점이 오는 순간 사람들이 많이 실패하는데, 그 순간이 되면 대체로 몸은 흡수력이 좋아지는 상태가 된다. 이 때 다이어트는 절반의 성공으로 마감하거나 실패로 끝이 나겠지만, 몸의 흡수력이 좋아진 시점을 활용해 골격근량을 늘리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삶에서 살아남기 위해는 발상의 전환이 내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목표를 설정해 놓고 대충 대충하며, 자기 합리화에 능수능란해지는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설정한 목표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때마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괴롭히며 더 나약해지기보다는 그 순간의 최선을 다하거나 차선을 택하며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생각하고 노력하는 대로 모든 일이 성공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가 앞으로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 때를 대비하여 늘 실속 있는 패를 던질 준비를 하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가꾸어 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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