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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정 Nov 21. 2023

세부 한 달 살기의 시작, 숙소 선택하기

시티로 갈 것이냐, 한적한 곳으로 갈 것이냐

한 달 살기는 말 그대로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한 달 살아보는 것이기에 어떤 곳에 묵을지를 선택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다. 여행에 중점을 둔 한 달 살기라면 계획한 여행 루트를 따라 숙소를 여러 곳 옮길 수도 있고, 어학에 중점을 둔다면 나처럼 어학원 기숙사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주중엔 공부, 주말엔 여행을 병행할 수도 있다.


한 달 살기를 알아보고 어학원을 찾아보면서 생각보다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머물 지역을 선정해야 하는데, 필리핀의 경우는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이기에 각 지역마다 특징이 뚜렷해 보였다. 나는 세부 시티 중심가 쪽의 어학원을 선택했는데, 무엇보다 병원이 가깝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철저히 관리하겠지만 그럼에도 아이가 아프거나 아나필락시스가 올 경우를 대비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한국인 의사가 있는 작은 병원이 있고, 종합병원도 택시로 약 15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위치다.

시티가 아닌 좀 한적한 지역을 선택한다면 병원이나 유흥 시설은 부족하지만 그만큼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소요되는 비용도 좀 더 적다. 만약 내가 아이가 없고, 정말 영어공부만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로 필리핀에 온다면 그런 곳을 선택할 것이다. 또는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혼자 한 달 정도 공부하러 보낼 수 있고, 알레르기가 없는 경우라면 그런 곳으로 캠프를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시티를 선택하더라도, 나처럼 하루 세 끼 급식이 나오는 기숙사가 아니라 취사 가능한 콘도, 아파텔을 잡고 어학원은 통학하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경우 좀 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어학원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어학연수 오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콘도가 있다. 거기 머물면서 우리 어학원으로 공부만하러 오시는 분도 봤다. 


물론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이니 직접 내가 취사를 해서 먹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세부에서도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경써서 해 먹이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혼자 있더라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데 아이까지 데리고 있으려면 아무래도 많은 것이 갖춰진 곳, 만일의 상황에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기숙사를 선택했고, 매 끼니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반찬만 골라서 먹이며 부족한 영양소(특히 고기, 단백질)는 저녁 시간에 외식해서 채우는 방향으로 지낸다. 쌀밥과 과일은 늘 기본으로 나오기 때문에 가지고 온 김자반, 장조림 등과 함께 먹이기도 한다. 어학원 건물 1층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겸 베이커리 겸 카페와 한국식당이 있어서 매우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설거지, 청소, 빨래로부터 해방된다는 점도 어학원 기숙사의 장점이다. 물론 매일 아이가 쓴 텀블러와 내가 쓴 머그컵, 약병 등 자잘한 설거지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는 일도 아니다. 청소는 1주일에 한 번씩 해주고, 침구는 2주에 한 번 교체신청을 할 수 있다. 빨래는 어학원에 맡기면 해준다. 어학원 내에 맡기면 다음날 또는 밀릴 때는 2~3일 후에 나오는데, 걸어서 2분 거리의 다른 빨래방은 아침에 맡기면 그 날 오후 4~5시면 나오기 때문에 적절히 섞어 이용한다. 외부의 빨래방은 6kg까지는 190페소(약 4400원)이다.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장점이 또 있다. 바로 수영장이다. 수영장 청소를 하는 월요일을 제외하면 매일 오후 밤 9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은 3시반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다다다다 방으로 뛰어가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모인다. 하루 한 두 시간 수영을 하고 나면 저녁 시간이 되고, 식사를 한 뒤 또 한바탕 뛰어놀고나서야 자러간다. 누우면 10초만에 곯아떨어질 정도로 매일 신나게 뛰어논다.


주말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여행을 가거나 외출을 한다. 가깝게는 택시로 15분 정도 거리의 아얄라몰에 가기도 하고, 마사지샵에 가기도 하며, 호핑투어나 다른 섬으로 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주말엔 하루 3끼가 아닌 브런치, 디너 2끼만 제공해준다.


메뉴는 대부분 한식, 일식 위주다. 학생들의 국적을 살펴보면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이 다양하게 섞여있다. 젊은 20~30대도 있고 나처럼 아이와 온 가족연수생들도 있고, 중학생 쯤 된 혼자 머물며 공부하는 아이도 있었다. 또 50대가 넘어 공부하러 오신 분도 있고, 신혼부부가 사이좋게 온 경우도 봤다. 모두 저마다의 모습으로 세부살이를 즐긴다. 술을 마시러 나가기도 하고, 이 곳에서 친해져서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아, 기숙사 내에는 술 반입이 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의 방에 출입하는 것은 절대 금지되며, 적발 시 퇴소 조치한다고 했다. 이런 규칙이 있어서 좀 더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한국에서는 내가 속한 교육기관, 직장, 동네 등 한정적인 범위 내의 사람들만 만나기 때문에 모두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다양한 연령, 다양한 지역, 다양한 국적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룹 수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물론 아이의 경우는 또래 친구들이 다 한국 아이들 뿐이지만, 그래도 이토록 다양한 어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무의식중에라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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