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윅스 아닌 날 세는 게 더 빠르겠다.
원더윅스 (급성장기)가 또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나서 선선한 바람이 불길래 유모차를 끌고 바깥에 나갔다. 출발할 땐 어리둥절 여기 어디 호기심 가득한 눈이었는데 이내 점점 울음소리가 커지고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주에는 말로 달래며 유모차를 조금 더 움직이면 울음을 그치거나 잠이 드는데 오늘은 조금 더 걸을수록 울음이 더욱 거세졌다. 결국 그늘에 유모차를 세우고 아가를 안아줬다. 안겨서도 한참 진정이 안되는지 흑흑 흑흑 서러운 흐느낌이 계속 됐다.
“아이고 우리 아기 엄마가 우리 아기 마음도 몰라주고 계속 걸었네. 서러웠구나. 엄마가 미안해”
5분 정도 달래니 제법 진정이 된 것 같아 다시 유모차에 눕히는 순간! 다시 자지러지게 운다. 오늘은 산책 겸 헌 옷을 버리러 나왔는데 결국 다시 유모차를 집 방향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선선한 저녁 공기가 좋아서 나온 지 10분도 안되어 다시 돌아가는 게 살짝 아쉬웠지만 점점 크게 울고 얼굴이 빨개지는 아기를 보니 그런 마음도 싹 사라지고 순간 이동으로 집이고 싶었다.
종종걸음으로 걷다가 결국 뛰면서 유모차를 끌고 집으로 들어왔다. 옷도 못 갈아입고 아기를 안아주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울음이 뚝 그쳤다. 이상하네 요새 혼자 잘 자고 유모차도 잘 탔는데 왜 이러지 설마 또 원더윅스인가?
80일 원더윅스를 검색하니… 아니나 다를까 이번주에 우산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하 어쩜 이렇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잘 맞을까?
저녁이 다 돼서야 우리 아기가 원더윅스를 지났다는 걸 알다니…. 오늘 낮에 왜 30분마다 잠에서 깨서 있는 힘껏 울었는지 이제야 알겠다. 낮잠에서 깬 아가 옆에 누워 손을 잡아주니 입이 삐쭉삐쭉 울까 말까 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그냥 보고 있었는데 안아달라고 말도 못 하고 고생했네 울아가.
이 급성장기에는 아가가 잠자고 일어나면 어제까지 봤던 세상과 다른 세상을 마주해서 두렵고 힘든 시기라고 한다. 흑백으로 보였던 세상이 갑자기 컬러로 보이고 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손의 촉감을 느끼고 새로운 능력이 생길 때마다 아가는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엄마를 더 찾게 된다고 한다.
“우리 아기 오늘 엄마랑 하나가 되고 싶었구나. 엄마가 이제야 알았네! 그래 하루종일 엄마랑 붙어있자. 우리 아기 많이 안아줄게!”
급성장하느라 힘든 아가를 위해 이 팔목과 어깨쯤이야 기꺼이 희생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