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요인을 찾는 것보다 실패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더 어렵다.
내가 스물다섯 살 때, 첫 커리어를 스타트업 코 파운더로 시작했을 무렵에 읽었던 책이 있다.
<임정민, 창업가의 일 - 스타트업, 유니콘이거나 혹은 바퀴벌레이거나>
이 책에서 ‘실패 중력장’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스타트업은 끊임없이 실패 중력장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는 내용이다.
신박한 아이템, 큰 시장 규모, 반짝이는 아이디어, 열정 넘치는 팀원들. 이것만 갖추면 사업이 성공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정말로 실패 블랙홀 속으로 매일매일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매일을 전쟁같이 버텼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패하지 않으려고.
스타트업이 실패할 수 있는 요인은 넘쳐난다.
망망대해를 구멍 난 돛단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현실이라고 한다. 한쪽에서는 노를 젓고, 배 안에 차오르는 물을 퍼내고, 구멍을 때운다. 리더는 그 와중에 보물섬을 찾기 위해 지도를 보고 방향키를 잡고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실패 요인이 넘실대는 바다를 항해할 때, 우리가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무기는 무엇일까?
나는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믿음.
형체도 없고 의미도 애매한 이 단어.
6년 차쯤 되었으면 이제는 미적지근한 단어라고 생각할 법도 한데, 나는 아직 철이 없는 건지, 순진한 건지, 믿음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믿음은 사람을 향해 있지 않다. 언제나 그랬듯이 기업의 미션에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의 미션을 항상 되새긴다. 안 그러면 자꾸 까먹고 이상한 곳으로 노를 저을 수 있기에.
요즘 우리 배에 구멍이 나서 자꾸 물이 차오른다. 나는 수영도 못하는데.. 그나마 구명조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의 리더는 배를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고 있다. 그것도 참 다행이다. 나는 그저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열심히 물개 헤엄이라도 치며 앞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버티며 일하는 나에게, 솔직히 주변에서는 이런 말을 참 많이 한다.
“믿음, 미션.. 그런 게 어딨어? 그냥 돈 받는 만큼만 일하는 거지. 아니다 싶으면 어서 구명조끼 입고 튀어야지.”
물론 맞는 말이다. 나도 그렇게 탈출한 적이 있다. 그래도, 그래도.. 내가 믿음을 갖지 않으면 보물섬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업의 미션에 공감한다면, 그것을 끝내 이루고 싶다면, 나와 우리는 믿음을 갖고 실패 요인 속에 매몰되지 않도록 자꾸만 헤엄을 치고 노를 저어야 한다.
저기 멀리 뭔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희미하지만 확실한 청사진이 보인다. 그러면 나는 늘 그랬듯이, 다시 전력 질주한다. 내가 물에 빠지면, 누군가는 나를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혹시 아나,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정말 보물섬 일지.
가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니 일단 가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