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욕심이 많은 마케터로 살겠다

한 단어로 내 직무를 한정 짓기엔 나는 너무 큰 사람인 것 같다.

딱히 점이나 역술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재미 삼아 사주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때마다 ‘일하는 걸 좋아한다’, ‘일 복이 많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들었다.

맞다. 나는 일 욕심이 많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 일이 아니어도,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기꺼이 나서서 하는 편이다. 지금보다 연차가 적을 땐, R&R(Roll and Responsibility)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라서 다른 사람의 일을 내가 대신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R&R은 지키되, 내가 목표한 KPI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한다.

그래서 주변에선 걱정을 많이 한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니, 그 회사가 니 회사니, 어차피 월급 똑같이 받는데 왜 일을 사서 만드니, 그건 너 말고 아무개가 해야 하는 거 아니니, 등등.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남들이 하는 말이 어쩐지 조언이라기보다는 훈수처럼 들린다. 기분이 나쁜 건 절대 아니다. 가끔씩 오버페이스로 뛰어 들어서 과로하다가 나자빠져버리는 나를 지켜봐 온 사람들이 해주는 따뜻한 걱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이상하게 그런 식의 위로는 하나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냥 나는 이렇게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를 바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생겨먹었다. 욕심 많고 나서기를 좋아한다. 한번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지고 내 손으로 마무리해야 맘이 편하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좋은 리더 감은 못된다. 그래도 뭐, 세상에 나 말고도 리더는 많으니까 나는 그저 내가 선택한 ‘좋은 리더’ 옆에서 일이나 실컷 하며 살고 싶다.

내가 이렇게 일을 좋아하고, 욕심을 부리는 이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거창한 대의나 명언이 나올 타이밍인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시시한 이유다.

‘그냥 재미있어서.’

나는 이게 너무 재미있다.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실행 방안을 짜고, 예산 계획을 세우고, 액션 플랜들을 하나씩 하나씩 실행하면서 고객들의 피드백을 관찰하고, 결국 내가 세운 목표 KPI를 이루어내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누군가가 삶이 조금 더 재미있어지거나, 위로를 받거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면서, 더욱더 이 일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회사에서 나의 직함은 ‘퍼포먼스 마케터’이다.

그런데 직함에 가두기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은걸 어쩌겠나. 그래서 브랜딩도 하고, 디지털 마케팅도 하고, 콘텐츠 기획 및 제작도 하고, 퍼포먼스 마케팅도 하고, B2B 영업도 하고, 업체 제휴도 한다.

나는 그냥 이렇게 살련다.